계방산 겨울산행
2008년 2월 29일 금요일 계방산을 다녀왔다.
산행코스 : 운두령~안부~헬기장~정상~옹달샘~이승복 생가터~삼거리
오대산자락에 있는 강원도 계방산은 많은 눈이 내리는 곳 중의 하나로 유명하다.
차가운 바닷 바람과 대륙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이 부딪치기 때문이다.
또 내린 눈은 매서운 바람과 낮은 기온으로 쉽게 녹지 않아 겨울 눈산행지로 인기 있다.
계방산은 태백산, 선자령, 백덕산과 함께 강원지역의 겨울 눈 산행의 대표적인 산이다.
계방산(1,577m)은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번째로 높다.
계방산 정상은 운두령에서 표고차가 약 500여 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31번 국도가 운두령에서 평창과 홍천을 가른다. 운두령이 해발 1,089m이다.
운두령은 자동차로 오르는 길로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고개다.
동쪽의 계방산(1,577m)과 서쪽의 보래봉(1,271.8m)을 보듬고 있는 구름이 머물다 가는 고개이다.
고개마루에서 구름이 잠시 쉬려고 머물다가 가는는 고개가 운두령(雲頭嶺).
속세를 멀리한 이 한적한 산촌이 겨울엔 산행을 하러 온 사람들이 북적인다.
운두령에서 내린 산우들은 이곳 저곳에서 등산화 끈을 조여매고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한다.
운두령 마루턱 절개지에서 우측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계단을 만들어 놓아서 산행을 하기가 편안하다.
동계 올림픽 개최지 후보로 잘 알려진 평창군 지역은 선자령, 능경봉과 더불어 계방산도 눈산행지의 명소로 알려 지면서 사람들이 몰린다.
12시 10분, 우리 일행 45명도 늦은 산행을 시작했다.
그제 내린 눈 때문에 러셀을 걱정했는데 오히려 눈이 너무 다져져서 제법 미끄럽다.
조금 오르다가 나도 아이젠을 착용했다.
날씨는 맑고 따뜻하기만 한데 왠걸 운두령에서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불고 춥다
계방산은 바위가 없는 부드러운 흙산이다. 길은 눈이 녹아서 질퍽거린다.
비교적 완만한 능선을 타고 오르는데 스치고 지나는 눈보라가 세다.
하늘은 온통 구름이 끼여서 있고 사방에 펼쳐진 산줄기들은 온통 흰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계속되는
가파른 경사 길에 산우들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져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여유가 없는가 보다.
봉우리에 가까워질수록 아름다운 설경이 앞에 펼쳐진다.
눈을 하얗게 뒤집어 쓴 나무들과 안개가 마치 하얀 동화 속에 들어온듯한 환상처럼 느껴진다.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하얀 설경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고 셔터를 누르는 산우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에 우울했던 기분이
싹 가셔 버리고 덩달아 즐거워진다.
마치 엔돌핀이 몸에서 활력을 되찾은 양 기운이 나서 가던 길을 계속간다.
1시간30분 가량 오르면 1,492봉에 닿는다. 환상적인 설원위로는 매서운 북서풍이 할퀴고 지나가지만 능선의 나뭇가지에는 눈꽃이 화려하다. 하얗게 영롱하게 빛을 내는 상고대를 바라보며 30분 정도 걷노라니 어느새 1,492봉이다.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건너편 정상까지는 30여분 거리.
앙상하게 여윈 나목을 흔드는 눈보라와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그 차가운 바람을 뚫 고 얼마동안을 앞으로 갔을까? 1492고지에 오르니 평평한 헬기 착륙장이 나타난다.
그러나 흐릿해서 주위의 경관을 감상하기가 어렵다.
눈은 내리지 않지만 쌓인 눈이 바람에 날리는 눈보라가 뒤섞여서 사방은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2시가 넘었다 . 우리도 이곳에서 겉옷을 꺼내 입고 점심식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몸에 오한이 느껴진다.
다시 앞에 보이는 정상을 향해 출발을 했다.
드디어 1577미터의 계방산의 정상에 올랐다 . 동북쪽으로는 오대산 넘어 만월봉, 두로봉, 동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큰 줄기가 장엄하게 이어져 있고 남쪽으로는 저 멀리 발왕산의 용평 스키장 슬로프가 보인다고 하지만 오늘은 한치 앞이 안보일정도로 흐리다.
매서운 바람과 추위에 잠시 서있기도 힘든 곳이라서 서둘러 기념 촬영을 하고는 하산했다.
정상에서 이리도 짧게 머물러 본적이 없지만 오늘 정상의 기후 상황은 대단히 좋지 않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직접 내려가면 노동리 아래 삼거리로 곧바로 내려가게 되지만 거리가 가까운 대신 길이 험한 편이고 정상에서 동쪽 능선으로 조금 더가다 안부에서 우측으로 하산하면 거리는 좀 멀지만 길이 평탄하고 윗삼거리의 이승복 생가를 거쳐서 아래 삼거리로 내려가게 된다.
이곳에서 하산하는 길은 눈에 푹푹 빠진다.
다행히 앞서간 흔적들이 남아 있어서 그나마 앞으로 갈수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하산길이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럿셀이 된 눈길은 걷기가 힘이 들어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다들 주위의 경관을 구경하랴, 사진을 찍으랴,바쁘기만 하다. 갈림길의 계곡의 눈은 깊고 군데 군데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져 있다. 마치 원시림에 와 있는듯한 기분이다.
한참을 내려와 안부의 갈림길 안부에 도착하니 바람도 잠잠해지고 시야도 좋아진다.. 군데 군데 아름드리 주목 나무가 고고하게 서있다 . 나무의 굵기를 보니 수령이 상당히 오래된 것 같은데 나무 기둥이 같이 붙어서 자란 탓으로 기이하게 느껴져 모두들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들이 없다. 전체가 꼬여 있는 주목나무도 있고 엄청나게 오래된듯한 고목들도 있다.
계곡을 보니 눈이 가득 쌓여있고 얼음이 얼어붙어 있다.
강원도의 높은 산에는 아직 봄소식이 요원하기만 한가 보다.
내일이면 3월이 시작되는데.......
잣나무가 보이고 낙엽송이 보이는 걸 보니 산밑으로 다가왔나 보다. 사뭇 경치가 달라지는 계방산이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나무들이 이채롭다.
하연 눈이 깔려있는 설원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올라 있는 나무들 사이로 줄지어 하산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한참을 걸어 내려오니 숲이 끝나고 개활지가 나타나며 낮은 초가집 한 채가 보인다. 이곳이 반공소년으로 알려진 이승복군의 생가이다.
아주 오래 전인 1968년에 일어난 무장공비에 의한 양민학살이라고 교육받아 왔다.
하지만 진실이 무엇일지 잘 모르겠다.
세간을 떠들썩했던 이중간첩 이수근 사건도 홍콩 살인사건도 간첩 사건으로 몰고 간 당시의 독재정권과 중정을 생각해 보면 더욱 더 그렇기도 하다.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벌였던 엄청난 진실의 왜곡과 사건들.
그래도 난 공산주의가 싫다.
일부러 찾아간 곳이 아니고 산행후에 길목에 있어서 간곳이다. 이젠 사람들의 관심 뒷편으로 사라져 버린 사건을 뒤돌아 봤다.
역사가 이를 어떻게 평가할까.
분단조국의 아픔으로만 기억할것일까. 가족과 함께 스러져 가 버린 어린 생명을 추모해 본다.
이승복 생가를 지나서 삼거리로 내려오니 주차해 있는 버스의 모습이 보인다.
오늘 산행시간은 5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렇지만 눈길에 이 정도의 시간이라 양호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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