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고단하신가요?
햇살의 유혹이 너무도 강해서 산으로 나갔다. 아무도 없는 깊고 호젓한 산은 완연한 연초록색이다. 군데 군데 꽃들이 화사한 눈짓으로 반긴다. |
오쿠타마 계곡의 맑은 물은 세차게 흘러간다.
이 계곡 물은 코발트색이라서 더 아름답게만 보인다.
요즘은 새로이 구입한 디카를 가지고 사진을 찍는 게 유일한 낙이다. 산에 외롭게 핀 한송이 야생화에도 눈길이 가진다.
사진 전문가가 될 정도로 능숙해지면 좋으련만 새삼 이 나이에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귀찮아져서 피사체에 맞춰서 대충 찍어 본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한 그 아름다움을 정성껏 찍어서 두고두고 보고 싶어서이다.
이렇게 좋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 보면, 인생도 꽤나 살아볼 만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라... 살아볼 만한때로는 피곤한 여정이 인생이라는 것 아닐까.
어제 아사히 신문에서 읽은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이제 피곤하고 고단한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며 스스로 가버린 할머니의 유서 한 장.
누군가 그랬지.
살아온 세월보다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더 가까워질수록 여유롭게 그 시간을 받아들이고 곱게 그 나이를 가져야 한다고.....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울까. 그렇게 초연하게 이 생의 기억 모두를 체념하고 웃으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가슴 벅차던 사랑의 아름다움. 행복했던 그 순간들.
가슴 시렸던 그 아픔들. 죽음보다 더했던 절망의 순간들.
나이가 들면서 생생하고 또렷했던 추억들이 서서히 시들어 가는 꽃잎처럼 윤기 없이 말라만 간다.
세월이 흘러가도 느긋한 여유를 가질 수 없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찬란하기만 한 석양의 황혼을 바라봐도 초조해지는 것은 내가 나이 들어가기 때문일까.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시간과 세월이겠지. 그저 인생의 아름다움이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계절이 가고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도 흘러가야만 하는 것.
그래서 마음을 비워야 된다고 수없이 되뇌지만 욕망은 쉴 새 없이 솟아오른다.
그 욕망은 본능일까. 내가 꽃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더 많이 보고 싶어 하고
그도 모자라서 카메라에 담지만 그렇다고 영원한 것은 아니지.
그저 순간에 불과한 게야. 영겁 같은 이 세월 속에선 한갓 찰나.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도 성장하고 짝짓고, 사랑하고 싸우고 배 아파가면서 새끼 낳으면서 그렇게 한 세상 살다 간다는데 우리 인간과 뭐가 그리 다를까.
우리의 조금 더 긴 일생도 기껏 백 년. 하지만 그것도 시간의 영원 속에선 그게 그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고등 동물이라 해도 기껏 이 작디작은 지구 속에서 보금자리나 더럽히면서 멸망을 재촉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데.
도대체 인생이라는 게 뭘까. 수천 년 동안 연구하고 또 연구해도 정답이 없는 게 인생이 아닐까.
우리도 그저 자연의 한 작은 부분으로서 만족해야만 하는 걸까.
그저 사라질 땐 사라지더라도 사랑하고 아픔을 보듬어 안아가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보는 게야~
마음 가득히 고운 연분홍 설렘을 가지고
꽃 같은 미소로 살면 얼마나 이 세계가 아름다울까.
라일락 꽃의 향긋한 꽃내음처럼 이 세상 가득히 고운 마음의 향기가 퍼지면 그게 천국이 아닐까.
그러면 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행복도 마르지 않을 건데.......... 2008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