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야기

인생이 고단하신가요?

世輝 2008. 4. 23. 10:49
창문을 여니 싱그러운 봄바람이 불고 햇살 고운 파란 하늘이 넘실거린다.

햇살의 유혹이 너무도 강해서 산으로 나갔다.

아무도 없는 깊고 호젓한 산은 완연한 연초록색이다.

군데 군데 꽃들이 화사한 눈짓으로 반긴다.

 

 

오쿠타마 계곡의 맑은 물은 세차게 흘러간다.

이 계곡 물은 코발트색이라서 더 아름답게만 보인다.

 

요즘은 새로이 구입한 디카를 가지고 사진을 찍는 게 유일한 낙이다. 산에 외롭게 핀 한송이 야생화에도 눈길이 가진다.

 

사진 전문가가 될 정도로 능숙해지면 좋으련만 새삼 이 나이에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귀찮아져서  피사체에 맞춰서 대충 찍어 본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한  그 아름다움을 정성껏 찍어서 두고두고 보고 싶어서이다.

 

이렇게 좋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 보면, 인생도 꽤나 살아볼 만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라... 살아볼 만한때로는 피곤한 여정이 인생이라는 것 아닐까.

 

어제 아사히 신문에서 읽은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이제 피곤하고 고단한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며 스스로 가버린 할머니의 유서 한 장.

 

 

누군가 그랬지. 

살아온 세월보다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더 가까워질수록 여유롭게   그 시간을  받아들이고  곱게 그 나이를 가져야 한다고.....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울까. 그렇게 초연하게 이 생의 기억 모두를 체념하고 웃으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  가슴 벅차던 사랑의 아름다움. 행복했던 그 순간들.

 

가슴 시렸던 그 아픔들. 죽음보다 더했던 절망의 순간들. 

 

  나이가 들면서 생생하고 또렷했던 추억들이  서서히  시들어 가는   꽃잎처럼  윤기 없이 말라만 간다.     

세월이 흘러가도  느긋한  여유를 가질 수 없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찬란하기만 한 석양의 황혼을 바라봐도 초조해지는 것은 내가 나이  들어가기 때문일까.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시간과 세월이겠지. 그저 인생의 아름다움이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계절이 가고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도 흘러가야만 하는 것.   

그래서 마음을 비워야 된다고 수없이 되뇌지만   욕망은 쉴 새 없이 솟아오른다.

 

그 욕망은 본능일까. 내가 꽃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더 많이 보고 싶어 하고 

그도 모자라서 카메라에 담지만 그렇다고 영원한 것은 아니지.

 

그저 순간에 불과한 게야. 영겁 같은 이 세월 속에선 한갓 찰나.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도 성장하고 짝짓고, 사랑하고 싸우고 배 아파가면서 새끼 낳으면서 그렇게 한 세상 살다 간다는데 우리 인간과 뭐가 그리 다를까. 

우리의 조금 더 긴 일생도 기껏 백 년. 하지만 그것도 시간의 영원 속에선 그게 그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고등 동물이라 해도 기껏 이  작디작은 지구 속에서 보금자리나 더럽히면서 멸망을 재촉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데. 

 

도대체 인생이라는 게 뭘까. 수천 년 동안 연구하고 또 연구해도 정답이 없는 게 인생이 아닐까.

 

우리도 그저 자연의 한 작은 부분으로서 만족해야만 하는 걸까.  

그저 사라질 땐  사라지더라도 사랑하고 아픔을 보듬어 안아가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보는 게야~

 

 

 

 

마음 가득히  고운 연분홍 설렘을  가지고
꽃 같은 미소로 살면 얼마나 이 세계가 아름다울까.

 

라일락 꽃의 향긋한 꽃내음처럼  이 세상 가득히 고운 마음의 향기가 퍼지면 그게 천국이 아닐까. 

 

그러면 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행복도  마르지 않을 건데.......... 2008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