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나팔봉
정선 나팔봉
2009년 3월14(토)
광하파출소 ~동강변>>>1봉->안부->2.3.4.5.6봉->7봉(나팔봉)->8봉(수리봉)->잠수교
뱅뱅이재에 11시 도착 ~광하 파출소 앞에서 나팔봉으로 12시에 출발,
하산. 잠수교 도착 오후4시, 도로를 따라 5시 산행 마감.
전날 봄비가 내리더니 꽃샘추위가 왔다.
영하의 기온도 기온이려니와 바람이 무척 차다.
강원도 산간지방에는 눈이 왔다고 하는데 금요일 다녀온 속초엔 봄비만 내리고
대관령에는 눈이 소담스럽게 쌓여 있었다.
아침 6시 5분에 산우가 콜을 한다. 거의 다왔다고 ...
6시 15분에 바로 출발한 차가 사당에 들려, 정선으로 향했다.
강원도 산은 대부분이 불조심기간이라 입산금지구역이 되었다.
전날 정선군청에 전화를 해서 허가를 받기로 했는데 막상 가보니
담당자라는 분이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만약의 사고에 책임을 진다고 약속하고 입산 허가를 받았다.
강원도의 바람이 의외로 세다.
정선 오일장이 유명하여 들린 적이 있다.
따끈한 동태탕을 먹고 나니 몸에 훈기가 돈다.
정선군청에서 10분 정도 차로 달리니 아리랑 아파트가 나오고 아파트 뒤로 나 있는
작은 도로을 타고 2㎞ 정도 올라가니 병방치 전망대가 나온다.
그 시간이 11시.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휘어 굽이굽이 돌아가는 동강 상류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강과 그 지류인 조양강이 만나는 곳이다.
그 옛날 장날이 되어 정선에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했을 고개. 이곳 사람들은 이를 뱅뱅이재라 부른다.
병방치 혹은 비행기재라고도 불리는데 귤암리에서 급경사인 병방산을 뱅글뱅글 돌아 올라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병방산의 이름을 따서 병방치라고도 불리는 고갯마루다.
파랗고 맑게 흘러가는 동강이 오랜 세월 깎아 만들어 낸 '한반도 지형'의 비경이 이곳에 있다.
까마득하기만 한 절벽 아래 구불구불 동강이 품고 휘돌아가는 지형은 한반도의 모습을 닮았다.
사람들은 이런걸 두고 절경이라 하지 않겠는가.
뱅뱅이재에 불어닥치는 세찬 바람때문에 오랫동안 머물수는 없었지만 그 장엄하고도
기묘한 감동은 산행내내 뇌리에 남아 있었다.
영월 서강의 선암마을과 정선군 상정바위에서 보는 한반도 지형의 모습과는 또 다른 절경이다.
이제 우리 일행은 저 한반도 지형처럼 보이는 나팔봉으로 가서 산행을하려고 한다.
나팔봉(수리봉·삿갓봉·693.4m) 에는 전민준의 충절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방뱅치 ,뱅뱅이재에서 한반도 형상의 모양을 본 후에 차를 돌려서 나팔봉으로 향했다.
산행은 42번 국도가 동강을 건너는 길목인 광하 파출소에 가면 그 앞에 주유소가 있는데,
그 주유소에 주유한 다음 차를 세우고 주유소 바로 밑길로 내려가,동강변으로 걸어갔다.
댐건설을 한다고 하여 보상을 노리고 심었을듯한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강변에서 산으로 올랐다.
12시.
작은 표지판으로 수리산 등산로라고 쓰여져 있다.
안내에는 마을을 통해 고랭지 채소밭을 통과하여 간다고 했지만 이곳에서 부터가 산행들머리가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름길이 이날의 가파르기만한 등산로를 말해주는듯 싶다.
땀이 날만큼 오르자 묘지가 차례 차례로 4기가 나온다.
안부에 올라서서 왼쪽으로 가니 전망대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동강의 모습과 맞은편 뱅뱅이재가 까마득히 멀리 보인다.
다시 오던 길을 돌아 간다.
이곳은 칼날 같은 바위능선이 계속해서 뻗어 있다.
수십 길 절벽 아래는 시퍼런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어서 길이 선명하지 않다.
도중에 등산로 공사를 위해 꽃아놓은 헝겊 조각들이 나풀대고 있을 뿐이다.
아침에 부는 칼날같은 바람도 이젠 불지않아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가끔씩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도 상쾌하게 느껴진다.
여름이라면 녹음에 가려서 저 시퍼런 동강과 자양강이 보이지 않겠지만 지금은
앙상한 가지사이로 터지는 훌륭한 전망이 일품이다.
각 봉우리 정상에 올라설 때마다 보이는 나팔봉의 우뚝 선 모습이 장관이고 절벽 밑으로 보이는 파란 강줄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는 감동을 준다. 너무 빨리 가기가 아쉬워 사진도 찍고 목도 축이면서
중간 중간에 동강과 강원도의 美에 매료된 마음을 산능선위에 내려 놓았다.
조각난 바위들을 조심하며 오르면서 왼쪽 아래로 펼쳐지는 동강 픙광이 그만이다.
그리고 동강을 따라 강변도로가 멋지고 마을에는 마치 그림같이 늘어선 아름다운 집들이 작게 보인다.
잘 알려지지않은 산이라 그리 크게 기대하지않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그야말로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좋은 산이다.
전신주 안부를 뒤로 하고 20분 거리에 이르면, 정상 왼쪽의 거대한 절벽 아래 바위가 움푹 꺼져 들어간 나팔굴이 보이는 전망바위에 닿는다.
이곳에 가려고 급경사를 내려가다가 너무 헌하여 중간에 도로 돌아왔다.
나중에 등산로가 정비되면 그때 가보리라 기약하면서~
전망바위에서 4분 정도 내려서면 정상 직하의 마지막 안부에 닿는다. 이 안부를 뒤로 하면 보기에도 고개가 아픈 45도 급경사 길이다.
이 주위에는 물푸레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많다.
마지막 구간은 최근에 나무계단으로 공사를 해 놓아 그나마 오를수 있는 곳이다.
심하디 심한 급경사 길을 한참 동안 올라가니 종아리가 아려오고 숨이 거세진다. 여차 잘못하면 밑으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계단길이다.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면 갈림길 표지판이 있는데 바로 그 위가 산불감시초소가 세워져 있는 정상이다.
일행을 뒤에 두고 정상에 오르니 감시초소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리 군청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일행이 다섯명이냐고 묻는다.
맑은 날이라서 시야가 너무 좋다.
그래서인지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보인다.
정상석은 없고 단지 길안내 방향 표지판만 덩그라니 서있는 곳이다.
북서쪽 아래로 광하2리 고랭지밭과 망하 마을이 아름답게 내려다보이고,
마을 뒤로는 뱅뱅이재로 이어지는 42번 국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멀리 나팔봉의 모산인 중왕산과 가리왕산이 하얗게 보인다.
아직 어제 내린 눈으로 잔설이 남아있는가 보다.
하산은 귤암리로 내려 갔다.
정상에서 바람이 차 급경사로 된 하산길을 20여분 내려오니 약간 평평한 곳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백세주 한잔과 떡과 과일로 허기를 채우면서 고즈녁하기만한
정선의 동강의 풍광과 나팔봉의 정기를 받아 본다.
늘 그렇듯이 우리 팀의 산행은 유유자적하게 구름과 같이 진행이 된다.
풍광이 좋은 곳에 닿으면 사진을 마음껏 찍고,
힘들면 충분히 쉬어 가며 마시고 먹는 풍류객처럼 여유롭다.
하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히 산과 자연을 벗하면서 오르는 맛이란 우리들만의 독특한 산행.
이 맛에 취하면 유격훈련을 하듯이 진행하는 수십명의 산악팀에 합류해서 만족하기란 힘들다.
유쾌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산행길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하산길은 짧지만 너무 가파르고 진흙길이라서 미끄러지기 쉽다.
몇명은 벌써 가볍게 미끌어진 상태.
세상에!~
이렇듯이 다듬어 지지 않고 급경사 길은 처음이다.
하산하니 마을이 하나 오른쪽에 보이고 왼쪽 마른 개울을 따라 한참 걸어가니 잠수교가 보인다.
그 잠수교를 지나 강변도로를 따라 걸었다.
반대쪽에서 들어오는 차는 간혹 있어도 나가는 차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시간 정도 도로를 따라서 걸으며 길가에 늘어선 마을도 구경하고 마중나와
우리를 반기는 황구 두마리와 벗하기도 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걸었다.
왼쪽에 보이는 나팔봉의 절벽과 오른편으로 불쑥 솟은 산, 병방산(819.2m)을
구경하면서 그렇게 걸었다. 예전 정선 장에 가려면 이 병방산을 넘어 뱅뱅이재를 통과하여야 되었다니
오지 중의 오지였던 곳이다.
하기야 그 유명한 오지였던 아오라지가 근처에 있고 정선조차도 첩첩산중에 있어서 가기가 쉽지않았던 곳이 아니던가.
동강이 흐르는 나팔봉의 절벽에는 이런저런 형상들도 있었고 동굴들도 있었다.
여심폭포처럼 보이는 바위도 있고 동굴도 보인다.
한시간이나 걸었을까 ~
차 한대가 지나걸래 손을 들었더니 멈춘다.
그 인심좋은 토박이부부가 우리 차가 서있는 광하 주유소까지 바래다 준다.
가면서 동강변의 할미꽃이 유명하다고 가르쳐 주지만 보이질 않는다.
차를 가지고 오던 길을 되돌아 가서 걸어오는 산우 일행을 싣고 돌아왔다.
광하파출소를 출발~ 동강 잠수교로 나오는 산행거리는 약 6km에, 4시간 - 4시간30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강변도로를 따라 걷는 것도 대단히 운치있는 하이킹인데 한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산행후 바베큐를 하려고 했지만 동강유역에는 상류수자원보호를 위해 취사가 엄하게
금지되어 있어 못한다고 하고 산 주위에는 산불감시원들이 눈을 번뜩이며 있어서
삼십여분을 차로 가면서 장소를 물색.
안전한 곳서 숯불 바베큐를 즐겼다.
약간 추웠지만 발갛게 피어오른 숯불에 몸을 풀어가면서
강원도 정선에서의 하루를 마감했다.
어느새 깜깜해진 강원도의 산골을 뒤로 하고
진부 톨게이트를 지나서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배부른 몸을 이끌고 서울로 돌아오니 11시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