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막말과 반말

世輝 2009. 6. 12. 20:57

 

 

 

 

 

이야기 1.

 

산이 좋아서 산악회에 가입을 하고 그 회원들과 산행을 하곤 한다. 아직은 혼자 할 만큼 마니아도 아니고 혼자 하는 산행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그들과 어울려산에 가곤한다. 사람 사는 곳이라 별 사람 다 있다. 다양한 직업과 인격이 모여있다 보니 이런저런 세상 사람 구경도 하게 된다. 얄팍한 산행지식을 자랑삼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고 과장되게 자기의 산행 실력을 자만하는 이들도 있다. 그저 자만만 하면 되는데 그걸 가르치는 식으로 이야기할 때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어떤 산행지식이나 실력이 있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초보자 취급을 하는 이들을 만날 때는 실소가 나오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짜증이 나게 된다.    

 

또 어떤 이들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작은 일에도 화를 낸다거나 비난을 하기도 한다.   좀 겸손해질 수는 없을까 싶다.

 

 

 

 

이야기 2

 

어제는 꽤나 규모가 큰 산악회를 따라 호명호수가 있는 호명산에 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북한강의 풍경이 제법 그럴듯하다.

 

청평까지 경춘선 열차를  타고 가서 산에  올라서 호명저수지를 거쳐  상촌역으로 하산했는데

그 하산길이 꽤 나 길어 지루한 감이 있다.

 

상촌역으로 하산하니 작은 미니 버스가 우릴 기다려 뒤풀이하는 청평의 식당까지 데려다준다.

그런데 메뉴가 삼겹살이다.  참가 여부의 선택이 필요 없는 단체 뒤풀이다.

ㅠㅠㅠㅠ'

안 그래도 건강을 위해 지방 덩어리인 삼겹살을 멀리 하는데...

 

할 수 없이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나야 고기와 술을 잘 안 하는 편이지만

어쩌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이 날만은 그런 생각을 제쳐두었다.

 

 그 후~

경춘선 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 때  앞 좌석을 돌려놓아 같이 앉도록 한 우리 팀.

앞 좌석에 앉은 작자가 나이를 묻더니  갑장이라며 다짜고짜  반말이다. 

그의 태도를 보니 뒤풀이 때부터 취기가 오른 것 같다.

 

황당하긴 했지만  분위기를 깰 수 없고 해서 부드럽게 넘어갔다. 

 그러나 반말도 억양이나 태도에 따라 기분이 틀려지는 것이 아닌가.

 

얼떨결에 당한 막무가내식 반말에 약간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기차 안에서 술을  마시고 오더니 내게도 술을 권한다.

 자꾸만 강권한다. 그것도 기분 나쁜 어투의 명령조 반말로...

 

술을 마시기 싫다고 했다. 그러면 실례가 된다며 말을 하니  트집을 잡더니 상스러운  막말이 나온다.

 이렇게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자들 때문에 뒤풀이를 피하기도 한다.

 

많은 일행이 같이 하고 있는데 내 기분 내키는 대로 상대할 수 없는 일.

 

서울에 도착하여 전철로 바꿔 타고 오는 도중에 처음 산행한다는  40대 중반의 새내기가 내게 말한다.

자기도 그 사람에게 상스럽기만 한 반말을  산행 도중 들어서 기분이 안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산악회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안좋다고 한다. 

 

술이라는 게 건강에도 안 좋지만 이렇게 술만 마시면 주사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술자리를 멀리하게 된다. 

 

반말이라는 것은 두 사람이 충분히 이해하고 친밀해졌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같은 나이, 혹은 연하의 사람이라고 해서 반말을 해 댄다면 그 사람은 최소한의 예의범절도 모르는 것이다.

 

특히 한국 같은 사회는 후배라고 해서,

혹은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반말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간혹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존대어를 써 줌으로 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개방된 산악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라 별 사람 다 있다.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이 만나서 어울리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세상에 별 사람들이 다 있는 것 같다.

차라리 그런 부류의 사람인 걸 알았다면 자릴 빨리 피해 버렸을걸,

 

그래서 좋은 산악회를 골라서 다녀야 하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양식 있고 레벨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