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야기

한일 두나라를 오가다 보면~

世輝 2010. 1. 8. 17:35

 

 

                        새해 신사에서 참배하는 일본인들

                                                                                        ....     2010.1.4 다카오산에서 촬영 

 

 

한국과 일본 두나라를 자주 오가노라면

두나라의 다른 모습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나리타 공항에서 내려 일본 전철을 타면 휴대폰이 울리거나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이들도 없다. 적막할 정도로 조용하기만 하다.  

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 있는 쩍벌남도 거의 없다.

하지만 노인들이 앞에 서 있어도 자리를 양보하는 일이 별로 없다. 

 

한국 사회에서  도덕과 예의가 없어진 지가 오래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지하철에서나 거리에서 노인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가벼운 차이를 이야기하면 그나마 괜찮지만

어떨 땐 두나라의 제도나 관습등에 대한  비교가 험담이 될 수도 있어서

가끔씩 힐난 섞인 소리를 듣기도 한다.

 

특히 한국분들의 애국심이 더 강하다 보니 그러한 것 같다.

역사적으로 많은  한반도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통한 억압과 수탈과 징용이라는

아픈 기억이 있어서 일본에 대해서 더 악감정을 가지는 것 같다.

 

가끔씩 터져나오는 교과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도 한국에선 민감한 문제이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그 역사적인 갈등을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외국인들, 특히 일본인이 한국에 대해서 좋지 않게 이야기할 때면 온 매스컴과 여론이 들끓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많이 발전한 만큼 느긋하게 어떠한 비판도 받아들이고 극복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에를 들면 산케이 신문의 서울지국장인 구로다 씨가  비빔밥을  양두구육[羊頭狗肉]같은 음식이라고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하여 비난하기보다는 그저 일본의 한 사람의 의견으로서  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사고와 가치관이 있는 사회이니만큼 무조건 우리나라를 옹호하고 찬미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다양한 사고도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싶다.

        

 

스포츠 경기를 할 때도 한국은 다른 외국 팀에는 지는 한이 있어도  일본만은 필히 이겨야만 하는가 보다.

국제시합이 열릴 때,  시종 무기력하다가도 일본 팀만 만나 죽자 살자 달려드는 한국팀에 대해

일본 선수들은 대단한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한일 간의 경기에서 이기면 도쿄대첩이니 영웅이니 하는 온갖 수식어가 등장하게 된다.

 

사실 나 역시  한국팀이 이기면 통쾌한 감정을 갖고, 지면 며칠간 밥맛이 없을 정도로 침울해지곤 한다. 

WBC야구 결승 후에 며칠간 기분이 우울해진 적도 있다. 지금도 그때 마지막 히트를 친

이치로 선수에 대해선 상당히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치로 선수가 그가 가진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시합 전에 한국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던 점도 있지만  우리가 이겼다면

그 정도야 승자의 아량으로 얼마든지 덮어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여간 한국의 일본에 대한 악감정은 그 역사적인 배경을 넘어서 어떨 땐 맹목적이라고 할 만큼 대단하다.

세계에서 경제 대국인 일본을 업신여기고 무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한다.

 

그런 원동력이 있어서 해방 후 동족상쟁[同族相爭]의 전쟁을 겪고 나서도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는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親日이라 함은 매국행위와 동일한 의미가 될 수 있어서 知日이라 칭해야 한다. 

 

나는 일본이야기를 자주 하고 일본에서 23년 살았다고 해서  친일파가 아니다.

그 23년이라는 세월 속에 최근 10여 년은 한국을 오가면서 주로 한국땅에서

체제를 했기에 한국사정도 일본사정도  이젠 알만큼 안다. 

 

일본에 오래 살았어도 일본에 대해 옹호하기보다 오히려 일본에서 살면서 느꼈던 이방인으로서의

이질감과 차별을 그 누구보다도 더 느껴왔다.

그 이국땅에서 살아왔던 긴 이야기를 하자면 밤이 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99년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접고 가족을 도쿄에 남겨 둔 채 서울로 갔을 때는

정말 이방인 같은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84년에 독일로 간 이후에  잠깐 몇 달 동안 귀국하였다가 바로 일본으로 갔으니

한국 사정은 가끔씩 읽는 신문지상에서 보는 정도였다. 그 당시에 유명했던 스타와 사건들을 지금도 모른다.

 

내가 해외에 체류할 때는 한국은 그저 암울한 독재시절이었고 그 후 독재의  잔재에서 벗어나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경제적으로 비약하려고 기지개를 켰던  그런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어서 자유롭게 국경을 초월하여 정보를 습득하는 시절이 아니었다

 

IMF 경제위기가 닥쳐왔던  시절에, 한국으로 돌아오니 많은 부분들이 눈에 거슬렸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생활했던 일본식 잣대를 가지고 한국사회를 바라보니

그러했던 측면도 상당히 있었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사회의 가치관과 관습과 문화가 몸에 배어 있어서 그랬나 보다.  

 

어느 나라나 자기 나라의 잣대를 가지고 두 나라를 비교하다 보면 마찰이 있을 수가 있다.

보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하면 새롭게, 보다 조화롭게 인식할 수 있다.      

 

우리 세대와는 달리 젊은 세대들은 일본에 대해서 그리 악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젊은 신세대들이 일본 만화와 게임과 노래, 무라카미의  소설에 대하여 열광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일본 태생인 우리 집 아이들도 일본 소설과 만화와  노래에 푹 빠져 있다.

일본 문화 개방을 안 하던 오랜 시절부터  암암리에 일본문화에 젖어들던 신세대들은

이제 당당하게 일본문화를 즐기고 있다.     

 

하여튼 우리네 세대가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감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하지만 무분별한 일본문화의 유입에  대한 우려는 아직도 많이 있다.

그들의 문화에 일방적으로 종속된다거나 퇴폐적인 것까지 받아들인다면 그 또한 문제다.

 

이제 한국도 당당하게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정도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한류열풍도

동남아시아와 일본에 불고 있으니, 경제적인 콤플렉스와  역사적인 상처가 조금은 아물고 있다고 해야 할까.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신주쿠 코리안  타운이 있다.

그곳에 떼를 지어 오가는 한류 팬 일본 아줌마들과 즐비한 한국 관련 상점들은  이제 공생의 관계에 있다.

 

일본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들과 일본어를 배우러 일본에 온 한국의 젊은이들도 그곳 코리안 타운에 가득하다.

 

동방신기와 보아가  일본가요계에서  일본 신세대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이병헌, 배용준, 류시원, 장동건, 원빈, 권상우 등을 비롯한 한국연예인들이  일본 아줌마들에게 아직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토야마수상의 영부인이 한류 팬이라는 것은  일본에서도, 국내에서도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에 우리나라의 영부인이 한류가 아니라 日流, 즉 일본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어땠을까.

그런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가 어렵다.

 

일본에서 한국출신이라고 업신여김 받던 시절은 저 멀리 가 버린 느낌이다.

쟁쟁한 일본연예계의 탑스타들이 재일교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도 하나둘씩 자신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것을 조심스럽게 밝히기 시작했다.

유명한 가수 겸 엔터테이너인   와다 아키코도 자신이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몇 년 전 밝혔다.     

 

살다 보니 이런 좋은 세상도 오게 되는구나 싶다.

하지만 지방참정권을 비롯하여 여러 면에서 아직도 재일교포들의 차별은 현존해 있다.

 

그러나 이제 3개월 무비자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두나라는 지척의 가까운 나라가 되어 간다.

날이 갈수록 서로가 한 발씩 다가가는 느낌이고 친숙해지는 느낌이다.

 두나라를 비교하고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는 지혜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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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보기만 그럴듯하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