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야기

목련꽃 아래서

世輝 2010. 3. 21. 19:45

 봄은 그야말로 축제의 서막인가 보다. 

추운 겨울 내내, 움츠리고 있던 만물이 따뜻한 봄기운을 받으면서 생동한다.

  

청초한 목련이 춘삼월 찬 바람에도 꽃망울을 피어내더니

 곱게도 그 자태를 드러냈다. 

 

그 꽃잎의 하얀 속살이 너무도 아름다워 가슴이 아려온다.  

 

꽃은 한국에서 피어도 아름답고 일본에서 피어도 아름답기만 하다.

자연은 늘 그렇듯이 국가와 인종을 차별하지도 않고 아름다이 피었다 스러져 가 버린다.

잠시 잠깐 피었다 가는 이 하얀 영혼은 순백색일까..

..

 

이 꽃은 봄의 전령인가보다.

제일 한국이라면 화사한 노란  개나리가 봄의

전령을 자처하면서 피어나지만. 

 

사람들마다 기억의 단편이라는 게 있다.

왠지 예전 그 한 기억이 또렷하게 되살아난다.

 

어떤 이들은 목련이 피면  로맨틱하거나 특별한 추억이 생각난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아직 추웠다고 느꼈던  초 봄 어느 날,  학교 가다가 담장 너머로 본 그 목련이 

생각난다.

 

목련꽃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강의 시간에 늦을까 총총걸음으로 가다가 본 그 하얀 목련을 보던 게  생각난다.    

 

매년 이맘때쯤, 일본으로  오면   활짝 핀 목련이 제일 먼저 나를 반긴다.  

집 앞 작은 도로의 가로수가 전부  목련나무라서 그렇다.

작년에는 아파트의 노파들이 꽃잎 치우는 게 너무 성가시다고 가지치기를 너무 해 놓아서

 썰렁했지만 올해는 많이 피었다. 

  

만개한 목련꽃 아래를 아내와 함께 걸었다.

따스한 봄볕을 받은 꽃잎은 청초 하다기보다 화사하다고 표현하는 게 좋을 만큼 눈이 부시다.

 

맑고 깨끗한 목련꽃은 고결하게 피어나는 모습만큼이나 향 또한 그윽하다.
그 은은한 향기에 취해  목련꽃그늘 아래서 잠시 머물렀다.

파란 하늘을 향해 있는 꽃잎은  얼마 머물지 못할 것이다.

 

저 꽃잎은 인간을 위해 피어나는 것도 아니라 단지 생존을 위해 피어나는 본능적인 활동일 게다.

그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매년 피었다가 지면서 나무의 일생과 함께 할 것이다.

    

사람들처럼 욕망과 아집에 사로잡혀서 번민하지도 않을 것이고

이승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고 영원한 영혼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바람처럼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자연의 아주 작은 한 부분에 만족할 것이다.  

     

고결하고도 아름다운 목련꽃의 자태는 찬바람에 일렁이더니 한 잎 두 잎  허무하게 떨어져 간다. 

청초한 목련이 질 때면 참으로 초라한 모습으로 남는다.

 

이제 목련이  무대에서 내려오면 화사한 벚꽃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뛰워주겠지.

 

지기 전에 그 아름답고 고결한 모습을 다시 한번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