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아래서
봄은 그야말로 축제의 서막인가 보다.
추운 겨울 내내, 움츠리고 있던 만물이 따뜻한 봄기운을 받으면서 생동한다.
청초한 목련이 춘삼월 찬 바람에도 꽃망울을 피어내더니
곱게도 그 자태를 드러냈다.
그 꽃잎의 하얀 속살이 너무도 아름다워 가슴이 아려온다.
꽃은 한국에서 피어도 아름답고 일본에서 피어도 아름답기만 하다.
자연은 늘 그렇듯이 국가와 인종을 차별하지도 않고 아름다이 피었다 스러져 가 버린다.
잠시 잠깐 피었다 가는 이 하얀 영혼은 순백색일까..
..
이 꽃은 봄의 전령인가보다.
제일 한국이라면 화사한 노란 개나리가 봄의
전령을 자처하면서 피어나지만.
사람들마다 기억의 단편이라는 게 있다.
왠지 예전 그 한 기억이 또렷하게 되살아난다.
어떤 이들은 목련이 피면 로맨틱하거나 특별한 추억이 생각난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아직 추웠다고 느꼈던 초 봄 어느 날, 학교 가다가 담장 너머로 본 그 목련이
생각난다.
목련꽃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강의 시간에 늦을까 총총걸음으로 가다가 본 그 하얀 목련을 보던 게 생각난다.
매년 이맘때쯤, 일본으로 오면 활짝 핀 목련이 제일 먼저 나를 반긴다.
집 앞 작은 도로의 가로수가 전부 목련나무라서 그렇다.
작년에는 아파트의 노파들이 꽃잎 치우는 게 너무 성가시다고 가지치기를 너무 해 놓아서
썰렁했지만 올해는 많이 피었다.
만개한 목련꽃 아래를 아내와 함께 걸었다.
따스한 봄볕을 받은 꽃잎은 청초 하다기보다 화사하다고 표현하는 게 좋을 만큼 눈이 부시다.
맑고 깨끗한 목련꽃은 고결하게 피어나는 모습만큼이나 향 또한 그윽하다.
그 은은한 향기에 취해 목련꽃그늘 아래서 잠시 머물렀다.
파란 하늘을 향해 있는 꽃잎은 얼마 머물지 못할 것이다.
저 꽃잎은 인간을 위해 피어나는 것도 아니라 단지 생존을 위해 피어나는 본능적인 활동일 게다.
그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매년 피었다가 지면서 나무의 일생과 함께 할 것이다.
사람들처럼 욕망과 아집에 사로잡혀서 번민하지도 않을 것이고
이승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고 영원한 영혼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바람처럼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자연의 아주 작은 한 부분에 만족할 것이다.
고결하고도 아름다운 목련꽃의 자태는 찬바람에 일렁이더니 한 잎 두 잎 허무하게 떨어져 간다.
청초한 목련이 질 때면 참으로 초라한 모습으로 남는다.
이제 목련이 무대에서 내려오면 화사한 벚꽃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뛰워주겠지.
지기 전에 그 아름답고 고결한 모습을 다시 한번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