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야기

아름다운 인생

世輝 2010. 12. 15. 20:00

 

 

동경은 아직 따뜻합니다. 12월 중순인데도

고운 단풍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어 아직 가을이 끝나지 않았나 착각할 정도입니다.     

오늘은 신주쿠의 간다카와神田川라는 곳을 걸었습니다. 간다카와라는 유명한 노래도 있고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 동경의 긴 하천입니다.

하천의 물은 일급수로  어른 허벅지만큼이나 굵은 잉어가 무리지어 살고 있는 곳입니다.

하천 양 옆길에  오래된 벚꽃나무가 늘어져 있어서 봄에는 벚꽃의 명소가 되는 곳인데

왕복 1시간 정도의 산책 코스로는 제법입니다. 

    

집을 나서면 보이는 고풍스러운 일본식 2층 목조 건물이 있는데,

그곳 단풍나무에  이쁘게 물든  단풍이 인상적이라서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가지를 다 쳐버린 단풍나무,위에 올려놓은 사진인데 참 앙증맞죠? 

 

일본에는 오래된 고목들이 많아서 풍요롭게 느껴집니다. 아주 작은 집뜰에도 이쁜 나무와 꽃들을 심어

잘 가꾸어 놓아서 보기 좋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산보를 하면서 그런 식물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죠.    

 

 

이 산책길은 나름대로 괜찮은 곳입니다.  봄이 오는 3월말경이면 하천을 따라 사쿠라가 만발하여 피어 있는데 우수수 떨어지는 꽃잎을 맞아가면서 걷는 것도, 하얀  꽃길을 걷는 것도 로맨틱한 즐거움입니다.  여름이면 우거진 녹음이, 가을이면  단풍잎들이 장관입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벚꽃 사이로 조깅도 하고 아내와 함께 산보도 하는 곳이지요.

 

아름다운 이 길을 따라 걷노라면  지난 추억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옛 시절이 아름답고 그리워집니다. 사업을 하느라고 가족들과 긴 세월 떨어져 살면서 가끔씩 만났던 그 시절이 안타깝고, 하나 둘 늘어나는 주름살도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뭐 어쩌겠습니까?  이런 게 바로 우리네 인생이고 가족이라는 건데요.       

 

 

행복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어느 글에서 읽은 게  생각납니다. 그 글을 소개해 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첫번째는  배우자가 있어야 합니다.....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더 필요하답니다.

두 번째, 건강해야 합니다............. 건강해야 여행도 다니고 쇼핑도 다니죠.  

세번째가  돈입니다.............. 첫 번째가 아니랍니다.

네번째, 일이나 좋아하는 취미가  있어야 합니다....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뭔가가 있어야겠죠. 

다섯째,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합니다.

 

공감이 가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님은  어떠십니까?

 

 

 

  

이 산책길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굵은 배롱나무들과  예쁜 꽃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정원에 심어놓은 것도 있고 밖에 내어 놓은 것도 있지만,작은 공간에도 나무와 꽃을 심어놓는 심성이 예쁩니다.

 

이름모를 꽃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렇게 되는 거라고도 합니다만...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취해 있노라면 이 무한한 우주와 대자연 자체가 곧 신이라는 범신론자(pantheist)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이 대자연은 위대하고 영원합니다만 인간의 인생이라는 것은 대자연의 극히 작은 일부가 되겠지요. 

그렇다고 제가 철학자 스피노자 (Baruch Spinoza)나 괴테. 셸링 같은 汎神論者는 아닙니다.

볼테르(Voltaire)나 디드로(Denis Diderot) 같은 이신론자(理神論者,a deist ) 라면  모를까요..      

 

한겨울에도 꽃이 피는 도쿄의 따뜻한 겨울 날씨를 부러워하진 마세요.

한여름 7월 초부터  9월 말까지는  섭씨 35도~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있습니다.

그것도 대단히 습도가 높아서 질식할 것 같은 무더위라서 올해만 해도 많은 이들이 폭염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바람조차 별로 없고 선풍기 바람도 덥기만 한 도쿄의 여름은 대단한 고역입니다.

이렇게 덥다보니  건물 안에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아 추울 정도니 밖엔 더욱더 무더워지는 게죠.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점점 더 심화되는 무더위 현상이 걱정됩니다.

환경오염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되어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아나고 있다지요,

온난화현상이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요즘 세계에선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지요.

인류가 쓰레기와 온갖 화학물질로 지구를 더럽혀 놓으니 지구는  쓰나미와 지진과 해일과 화산을 폭발시켜서 

자신의 몸을 털어 자정 시킨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백 년에 걸쳐 워낙 오염이 많이 되어 있어 머지않은 장래에 

절망적인 상황이 될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대세입니다. 

 

인류의 재앙이 눈 앞에 닥쳤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하지만 인간의 무지와 탐욕은 끝이 없나 봅니다.

우리가 할 일은 나무를 많이 심고,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를 버리고, 쓰레기를

되도록이면 적게 배출하는 정도겠지만 심히 걱정됩니다.         

 

 

 

예쁜 곳이 피어있는 작은 공터를 지나면  요도바시라는 곳이 나오고,

이곳에서  나카노 사카우에와  신주쿠 서부지구로 갈라지는데 이곳에서 산책길이 끝납니다.

여기서  현대식 고층 빌딩이 즐비한 신주쿠역으로  가다 보면 노숙자가 한 명 누워 있습니다.

 

복지시설이 잘되어 있어 수용시설이 있고  재활을 시키려고  힘쓰지만 게으르고 편한 생활에 젖은 이들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지만 이들은 별로 먹을 것에 구애받는 생활을 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일본의 노숙자들은 구걸도 하지 않고 취해서 고성방가도 하지 않습니다.

  

 이 지구상에는 일거리가 없어서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 수가  9억 2500만이 넘습니다. 반면에 먹을 게 너무 많아 영양과잉 인구가 19억이랍니다.

 

19억의 영양 과잉인들이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한다면 이 지구상에 기아는 없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비록 세상이 국가의 이익과 이념과 종교에 의한 갈등과 전쟁으로 험하고 슬픔으로 가득 차 있어도 따스한 온정과 사랑이 있다면 행복해 질겁니다. 조금 여유가 있다면 가난한 이웃들을 돌아보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가 많다고는 하지만  역사상에 이처럼 사람들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산 적이 없었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기치로 오랫동안 투쟁하여 쟁취한 인간의 권리는 예전에는 절대 왕조와 귀족들의 독차지하였죠.

지금도 북한과 아랍, 아프리카등  일부 국가에서는  왕족들과 간부들만을 위한 국가가 되어 대다수의 국민들이 기아독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종교를 포교하기 위해 테러와 전쟁을 부추깁니다.   

몇몇 지도자의 사리사욕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을 안겨주고 고통받게 합니다.   

 

나눔과 사랑을 모토로 한 기독교에서 조차 많은  목사들이  호화로운 대형교회 성전 안에서

입으로는 예수의 정신을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교회 세습과 부의 축적에 여념이 없지요.

예전에 제가 써놓은 글 한 토막이 생각납니다.

 

.......................... 궁전 같은"가난한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요"라면서 거룩한 설교를 하지만 달동네 쪽방촌의 배고픔과 가난과 빛에 쪼들려  신음하는 소리는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선교라는 허울좋은 명목으로 가난한  장애인들과 날품팔이 아줌마의 헌금으로  사치스런 해외여행을  즐기고 골프장에서 여유롭게  부자들과 어울리는 목사들은 사장이나 회장으로 불리길 좋아한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지나가는 것과 같다  "라고 성서에는 말하고 있지만 목사들은 부자가 되길 원하고 이미 부자가 된 목사들은 종교 재벌이 되길 원하고 대를 이어 부와 종교 권력을 세습하려고 한다. 탐욕은  세상사람들을 능가하여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고 한 예수가 이승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

 

 

성서를 아전인수격으로 인용하며 세운 숱한 신흥종교들과 그 교주들도 하나님과 영계를 팔아가며 천문학 단위의 헌금을 강요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천국과 지옥과 신의 존재는 이미 장사수단으로 악용되어 그들의 탐욕스러운 검은 배를 불립니다.    

그들은 하나님과 예수를  팔아 종교 재벌이 되어 있을 뿐 이 사회에 고통받고 소외된 그늘진 곳에는 아예 쳐다보질 않고 있습니다.    

 

불교계의 타락도 기독교보다 더하면 더했지 그에 못지 않습니다     

 

요즘 법정스님의 책을 즐겨 읽고 있습니다. 그분이 주창하던 무소유와 청빈의 삶이  타락과 욕망으로 가득 찬 이 사회의

병폐를 없애고 빈부의 격차를 줄어들게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정신을 정화시켜 준 그분의 주옥같은 책마저 그분의 유언대로 절판한다고 합니다.

 

마지막 남은 몇 권의 책마저 소유치 않으려고 한 그의 실천은 놀랍기만 합니다.

이 세상에 올 때 그러했듯이 갈 때는 다 버리고 빈 몸으로 가야 된다는  불멸의 진리를 왜 다들 잊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몸소 청빈과 비폭력과 사랑을 실천한 마하트마 간디와 성철스님, 김수환추기경님. 마더테레사 수녀님. 한경직 목사님,

그리고 이름 없이 그늘진 곳에서 봉사하는 참된 사람들이 있어서  이 세상은 그나마 희망이 있습니다.    

 

 행복과 불행, 빈부격차, 이 심각한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요. 아마도 인류가 살아있는 한은 영원히 풀지 못할 과제겠지요.       

 

    일본이라는  나라는 한국에서 제일 가깝고 사람들의 DNA도 제일 비슷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본을 바라다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습니다. 역사적인 아픔이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 시절 일본이 한 침략 행위들은 야만적이고 가혹한 것이었지만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선량하기 그지없습니다.남에게 피해 안 주려고 하고 친절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한국 경제의 급성장과 더불어 한국드라마와 K-POP이 유행을 타고 대인기입니다. 신주쿠에 있는 코리안 타운도 찾아오는 일본인들로 활기가 넘쳐 납니다. 티브이에서, 길거리에서도 K-POP의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내가 일본에 왔던 1987년과는 엄청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1986년 독일에서  귀국해 잠시 몇 달 동안 서울에서 있다가 일본으로 들어와서 이런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내 인생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입니다. 

 

 

내가 원했던 꿈을  성취했고, 아내는 교편을 잡고 주어진 일에 만족하면서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안정이 되기까지는  젊은 시절  남보다 두세 배 노력을 했습니다. 그 노력에 대한 대가는 감미로웠지만  지금은 허전하기도 하고 그 행복감도 그리 오래가진 않습디다.

 

새로운 자극과  인생에 대한 새로운 motivation이 필요해지더군요. 꿈을 이루기 위해 불철주야 바쁘게 살아왔던  그 시절이 차라리 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가난한 국가가 아닌 곳에 태어나 이만큼 누리고 사는 게 행복이지만 그 행복감에는 많은 차이가 있나 봅니다.

 

비교적 상실감, 비교적 빈곤감, 비교적 박탈감에 사로잡혀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은 유명 연예인이나 재벌들도 생을 포기하니 말입니다. 행복지수도 후진국보다 못한 것을 보니 물질이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구의 인생이든지 나름대로의 존재 의미가 있고 나름대로의  소중한 아름다움이 있을 겁니다.

모두들 그 아름다움을 가지고 행복해지면 되겠지요. 

 

  

스쳐가는 한줄기 바람처럼, 잠시떠돌다 가버리는 구름처럼 살다갈인생이지만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행복하게 살아야겠지요.

 

부디  외롭지 말고, 슬프지 말고, 아프지 마세요. 행복하기만 하세요.

 

 

 

사진, 글.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