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리는 노후 생활
내가 그리는 노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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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노후에는 어떻게 살아갈까?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하며 공상에 빠지곤 한다. 내가 그리는 노후 생활이라는 것은 그리 호화롭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소박한 생활이다.
새벽이면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이슬맺힌 영롱한 풀잎을 바라보기도 하고 떠오르는 태양도 바라보고 싶다. 아침이나 점심은 아내가 해주는 구수한 된장국에 보리밥이면 족할 것 같다. 그리고 철마다 나는 신선한 유기농 야채로 반찬을 만들고 탐스러운 과일을 따다가 디저트로 먹고 싶다. 한가한 오후에는 아내와 진한 말차 한 잔 마시면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 지천에 피어있는 야생화를 찾아서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 그러다가 뻐꾸기 우는 소리 들어가며 저수지에 낚시대를 놓고 세월을 낚아보고 싶다.
한세월 보내면서 기뻤던 추억과 슬펐던 이야기, 사시사철 아름답게 변해가는 산하의 모습, 그리고 여행의 흔적을
블로그에 가득 채워 가면서 세월을 보내련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반가운 친구라도 찾아오는 날이면 같이 구수한 탁주 한 잔 마시고 텃밭에서 막 딴싱싱한 풋고추에 된장 찍어 먹는다면 얼마나 행복하랴.
그나마 싫증나면 명산과 절경을 찾아 카메라 둘러메고 훌쩍 떠나던가
아니면 이름모를 바닷가를 찾아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는 것도 멋질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등산도 맘껏 하고 싶다. 명산의 절경을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좋은 사진이라도 한 두 장 건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게 있으랴.
가끔씩 해외로 나가 기아와 질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봉사 활동도 하고 싶기도 하다
말로는 쉽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게 봉사활동인데 뭔가 이 사회를 위하여 보람된 일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젊은 시절 아내와의 추억이 서린 프랑크푸르트의 거리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티롤지방에서도 한 두 달 정도 지내고 싶다.
그 옆 리히텐스타인이라는 작은 국가에도 찾아가서 젊었을 때의 발자취를 찾아보고 싶다.
천사처럼 맑았던 그 본토 사람들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
얼마 전 우연히 들어간 블로그에서 스위스의 아름다운 목가적인 풍경을 본 적이 있다.
예전 우리가 젊었을 때에 가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이다. 여유가 없었던 시절이어서 그리 만끽할 수 없었던
그곳을 다시 가보고 싶다. 이번엔 여유롭고 풍족한 여행을 해보고 싶다.
내가 알던 재일 교포 노부부는 대구 근처의 시골에서 과수원을 하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었는데,
가을수확을 다 끝내면 일본집으로 건너가 손주아이들 재롱떠는 모습을 보아가면서 따스한 겨울을 보내곤 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나의 살던 고향>은 꽃이 많이 피는 아름다운 산골이었다. 그는 투박하기만 하고 썰렁한 고향에 꽃나무를 많이 심고 도로도 정비하고, 집도 이쁘게 꾸미고 싶어 하는 현대의 새마을 지도자였다. 유기농법으로 하는 농사도 하는 잘 정비된 고향을 꿈꾸었다. 그 소박했던 전직 대통령이 고향 봉하 마을에서 탁주 몇 잔 마시고 붉어진 얼굴로 사람들을 만나 담소하던 그 소박한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보고 싶다. 살아가는 곳에 나무도 많이 심고 꽃도 심어서 새와 정다웠던 친구들,아이들 자주 불러 모아 웃으며 살아가고 싶다.
그러다가
가을이 오면 온 산하가 단풍으로 물들고 곡식과 가을도 익어가고 우리의 인생과 사랑도 무르익어 가겠지.
둘이 다정하게 손잡고, 해질 무렵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면서 지나온 희로애락과
추억과 인생을 더듬어 보면서 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나이가 되면 노인이 되어 있을 것 같아서 처량하기만 하다.
아무리 노후생활이 목가적이고 낭만적이된다 할지라도 지금의 젊음이 낫기에 현재 어떻게 잘 사느냐가 중요하다.
누구나 현 생활에 만족하기가 쉽지 않은 탓에 가끔씩 다른 생활을 꿈꾸기도 한다.일년에 반 이상을 도쿄와 서울에서 따로 지내는 우리 부부는 무엇보다 같이 지낼 수 있는 생활이 제일 부럽다. 같이 지내려고 내가 사업을 접고 시간이 자유로운 일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공간적인 제약이 있어서 아직도 항상 같이 지내기가 어렵다.
남들이 보기엔 양국을 자주 오가는 생활이 부럽다고 하지만 내 입장에선 그리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일본에 가서 있을 때는 한국에 놓아둔 이런저런 걱정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