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 시민의 숲의 만추
양재 시민의 숲의 만추
2015.11.16
내일 출국을 앞두고 준비할게 많아 분주하였지만,
오후 비예보가 있고 감기도 아직 다 낫지 않은 상태지만,
그래도 가벼운 출사를 나갔다.
혹시 영화 <만추>에 나오는 탕웨이처럼 멋진 여인이 낙엽 속을 거닐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한 컷이 될 수도 있을건데...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도 않았지만
인적이 드물어 한적하기만한 숲은 고요하기까지 하다.
비는 아주 찔끔거리며 한 두방울씩 오락가락하는 상태.
오늘은 사진찍는 이 3명에다가 1명이 피사체가 되어 ...
양재시민의 숲은 한적하지만 단풍이 절정을 지나 낙엽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서성거린다.
홀로 3명의 앵글에서 피사체가 되어 가을을 즐긴다.
여심은 나이가 들어도 늘 소녀같다고나 할까.
며느리가 컨디션이 안 좋아 친손주를 40일동안 보살피느라고
고생했다는 이 할머니는
소녀처럼 가을 속에서 홀로 동화를 만들고 있다.
탕웨이가 아니더라도 한 컷을 위해서는 충분한 그녀.
스마트폰으로, 아직까지는 화사한 노란 은행잎을 담는 젊은 여인의 모습도 있다.
비가 오니까 더 화하사게 보이는 은행잎,
풍경이 너무 적막하여 같이 온 세 분에게 모델을 부탁해본다.
천천히 걸어 오는 세 명이 있어 사진이 단조롭지 않다.
예쁜 단풍 낙엽을 골라 책 갈피 속에라도 넣을까.
지금도 그런 낭만적인 사람들이 있을까.
청설모 한마리가 우리 주위를 몇바퀴 빙빙 돌고 돈다.
빨간 단풍 사이로 걷는 청솔모가 가을에 취한 것일까.
아니면 빨간 단풍에 취한 것일까.
동화 속에 나오는 생각에 문득 떠오른 한가지 삭막함..
혹시 사람들이 던져 주는 먹이에 길들여진 것은 아닐까.
같이간 사진 작가분애게 부탁하여 그림을 만들어 본다.
원래는 젊은 두 연인의 사랑스럽고 조금은 쓸쓸할듯한 모습을 담아 보고 싶었는데...
뭐 어쩌랴..초상권 걱정을 안해도 되면 그걸로 족하지.
마침 지나가는 커플이 있어,,
역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풍경 속의 좋은 배역이 되어 묻어간다.
우산에 가득 은행잎을 담아 뿌리고 있는 그녀들의 천진난만함은 청춘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이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거운 양재숲이다.
이곳은 작은 도서관도 있다.
벤치에 앉아 한가로이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고 싶어지는 곳이다.
요즘들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나오질 않는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세상이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