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민
벌써 몇 년이나 지났을까?
충북의 아름다운 고장인 단양.
강원도와 접해있는 단양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말투도 강원도와 충청도가 섞여 있다.
아직도 눈에 선한 그곳을 간 지도 벌써 삼 년이나 지났나 보다. 단양이란 곳은 젊은 시절 도담삼봉과 중선암의 추억이 있어 가슴을 아리게 했던 곳이다.
지인의 땅을 찾으로 갔는데 그곳의 의 위치를 찾지 못해 면사무소에서 지적도를 찾아서 물어물어 겨우 찾아갔다. 국도에서 갈라진 한적한 시골길로 가서 또 그곳에서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차 한 대 겨우 지나갈수있는 산길을 지나서 외딴집까지 차를 몰고 갔다.
그 때가 아마도 11월 초였지 않나 싶었다. 맑은 햇살이 비추는 산등성이에 쓰러져 가는 외딴 집들이 드물게 보인다. 아마도 예전 화전민들이 살던 곳이었으리라~
길을 물어 한참을 걸어서 올라가다 보니 밭을 매는 촌로 한 분을 만나 번지를 물어보니 더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인적이 없는 계곡의 숲길은 우거진 풀과 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뿐, 그야말로 적막한 산속이었다.
농사를 포기한 화전민 촌의 밭에선 빨간 고추가 듬성듬성 잡초사이로 보였다.
가끔씩 누가 들러 감을 따가는 것일까. 감나무에는 잘 익은 홍시가 몇개 달려 있을 뿐이다. 바람에 떨어진 감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걸 보니 아무도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덜렁거리며 간신히 매달려 있는 부엌문과 널브러져 있는 세간살이를 보니 화전민들이 이 곳을 떠난 지가 꽤나 오래되는 것 같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나 보다. 부셔져가는 오두막집 같은 이런 산속 깊은 곳에서도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때론 울며 괴로워하며 한 인생을 살아갔다.
그 곳의 광경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여간해선 감동받지 못하는 내게 있어서 여느 관광지보다 더 한 멋있는 풍경이었다.
화전민의 쓰러져가는 오두막집과 감나무, 그리고 그 옆을 졸졸 거리며 흐르는 시냇물. 금방이라도 사람들이 튀어나와 웃을 것 같은 착각 속에 그 고요가 무섭게도 느껴졌다.
인간도 만물과 같은 자연의 한부분에 불과한 것을..
그저 자연과 같이 이 영원한 우주 속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 파 묻힌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다 부질없는 것인데 다들 아웅다웅하면서 이전투구에 목을 매달며 살아가고 있다.
인류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해 온 끝없는 전쟁을 피해 이 깊은 산곳 같은 곳으로 흘러 들어와 살고 갔던 그 화전민들도 이젠 거센 산업화의 물결과 세속의 욕망에 떠밀려 도시인이 되어 살고 있다.
그들은 그 도시에서 행복할까?
가끔씩 그곳의 풍경들이 떠오르곤 했다. 왜일까?
아마도 그곳의 풍경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곳에 살았던 옛사람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밭을 매면서 세상과는 인연을 끊으며 살아갔던 그 사람들. 산업화의 물결에 그곳을 버리고 도시로 떠나갔던 그 사람들.
그들은 이런 고향을 가슴에 품고 그리워하며 살진 않을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눈부신 파란 하늘아래 감나무에 매달려 있던 빨간 홍시가 눈에 선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