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 11월 15일 밤 11시.
집을 나서니 거리는 온통 노란 은행잎 천지.
찬 바람에 날리는 은행잎이 아름답다. 네온에 부딪치는 노란 물결을 바라보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온 몸으로 느껴 본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을 뚫고 내장산으로 향했다..
가는 가을이 너무도 아쉬워서 남으로 남으로 향한 것이다.
밤공기가 너무도 차갑긴 하지만 내장산을 간다는 그 설레임때문에 오히려 시원하게도 느껴진다.
2시경에 내장산에 도착했다. 3시 반까지 그렇게차안에서 눈을 감은 채로 있었다.
버스에서 전혀 눈을 붙히지 못한 채 3시반에 먹는 특별 찌개와 라면맛은 각별하기만하다.,
따뜻한 국물을 먹으니 전혀 춥지가 않다.
5시 10분전 산을 오르기 위해서 출발.
머리에 반짝이는 헤드랜턴의 불빛이 있을뿐 적막만이 감돌뿐이었다.
산우들의 웃음소리와 두런대는 목소리만 간간히 들릴뿐 사방이 고요하기만 하다.
지나는 길에 백년약수가 있다.
높이 622미터의 서래봉 계곡에서 지하로 흘러내려온 물인데 위장병에 특별히 좋다고 하여
이 약수를 마시면 장수를 할 수있다고 한다. 그저 옛이야기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어 있다고 안내판에쓰여져 있다.
어두운 밤길을 힘들여 오른 첫번째 봉우리가 서래봉이다.
농기구 서레를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붙여진 봉우리다.
이곳에서는 내장산 일곱개의 봉우리가 한눈에 보인다고 하지만 아직 주위 천지를
분간하기가 어려운 까만 밤이다.
아직 주위는 까맣기만 했고 저 멀리 정읍 시내의 야경이 보일뿐이었다.
그곳에서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저수지로 내려갔다가 다시 불출봉으로 향했다.
불출봉에 오르니 구름 속으로 해가 떠오른다.
웅장한 일출을 기대했건만 그저 빛이 서서히 이 세계로 또다시 번져오고 있다.
서래봉에서 불출봉으로 가는 길은 험하다.
새벽, 깊은 산에서 부는 바람은 매섭기만하다.
,서히 밝아 오는 데 누군가가 산아래를 바라다 보면서 하는 말,
마치 공룡능선같다고한다.
불출봉에 올랐다. 하지만 후미가 늦어진다.
아주 한참을 기다리다가 그냥 출발.
다시 망해사로 향했다,
그저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는 능선길이 그리 힘들지 않지만
몇 분이 힘들어 한다.
망해봉에 올랐다.
하지만 흐린 날씨에 서해는 커녕 앞이 뿌옇기만하다.
연지봉 도착한 우리는 후미를 기다리면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들 세찬 바람에 , 오랜 기다림에 추워서 오들오들.....
단체사진을 찍고 다시 출발했다.
30분이 걸려서 도착한 곳이 까치봉이다.
이곳에서 신선봉으로 가는 분들과 헤어져서 열명 정도가 하산을 했다.
나역시 무릎 걱정에 그냥 하산을 했다.
한명이라도 종주를 시키려는 대장님의 열의때문에 하산하기로 한 몇명이
다시 힘을 내서 신선봉으로해서 용골로 간다.
까치봉을 찍고서 우린 한적하기만 한 금선 계곡을 따라서 산을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산의 만추에 빠졌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계곡은 정말로 운치가 있다.
한참을 걸어 내려가니 아직도 빨갛기만 한 단풍군이 우릴 맞이한다.
내장산의 늦가을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차거운 물 속에 떠 있는 단풍잎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손을 담가 보았다.
온 몸이 시려온다.
차가운 물 때문일까,
아니면 처연한 단풍의 잔해때문일까.....
그렇게 홀로 한참을 가을 속에서 머물러 있었다.
내장사에 도착했다.
아직도 가을의 찬란함이 머물러 있는 듯한 경내. 감나무가 여기 저기 많이 있다.
감나무에 매달려 있는 빨간 감이 인상적이다.
흐드러 지게 피여 있는 단풍 곁에서 알몸을 드러내 놓고 맑은 가을햇살을 받아들이고 있나보다.
누군가가 돌탑을 쌓아 놓았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돌을 올려 놓으면서 쌓아 놓은 것이겠지.
무슨 사연들이 저리도 많을까 .....
늦가을의 멋.
단풍이 한창일 일주일 전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한창일때는 기생처럼 화려한 단풍이라고 지인이 표현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낙엽이 쌓이고 화려한 단풍이 있는 늦가을은 고상한 품격이 있는듯 하다.
아름다운 단풍길을 밟는 기분이란 값비싼 양탄자를 밟는 것보다 훌씬 더 좋아보인다.
언젠가 단양의 화전민촌에서 발견했던 빨간 감이 인상적이어서
가을이 오면 늘 그 이미지가 있었다,
이젠 가을이 정녕 가나 보다.
저 감이 홍시가 되고 바람에 떨어져 가면 이 가을도 가버리겠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도 아까워서 단풍나무 앞 벤취에 앉았다.
간혹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단풍을 바라보았다.
어젯밤 세찬 바람에 떨어져 시들어 가는 단풍잎이 처연해 보인다.
마치 시들어 가는 여인네 처럼 말이다.
근데 그럴까...
화려하게 몸을 불사르고 자연 속으로 돌아가는 게 비단 이 단풍잎 뿐일까.
우리의 육체도, 영혼도 이렇게 스러져 가버리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이들이 약속했던 내세의 언약도 모두 헛된 것은 아닐까.
그저 종교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헛된 꿈을 보여 주며 이 허망한 인생을 위로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머물던 자취도 흔적없이 사라지고
우리가 뿌렸던 웃음도 행복도 슬픔도 ..모두 이 낙엽처럼 흔적없이 자연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그저 그런 것일까....
위대했다는 어떤 위인들의 책을 읽어 봐도,
학계의 대가라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그저 그런 지식 나부랑이의 나열뿐이어서
더 혼란스럽기만해진다.
차라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구름처럼 흘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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