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비로봉 (강원 평창)
*날 짜 : 2012년 2월16일(목요일)
*산행코스 :상원사>중대사자암>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북대암갈림길>상원사
*산행시간 ( 4시간)11시~4시
오대산.
몇년 전에 평창의 펜션에 갔다가 들렸던 곳이다.
그 펜션에서 잠 한숨 못 자고 들렸던 곳이라 기억이 새롭다.
잠깐 들린 곳이라서 적멸보궁까지만 가서 너무 아쉬웠던 곳이다.
당시엔 가을산불방지에서인가 ~ 어떤 이유에서인가 비로봉으로 향하는 곳이 출입금지였다.
다시 가본 오대산.
사당역에서 7:30분에 출발,
무료한 차안에서 朴慶南이란 재일교포의 작가의 일본어 에세이를 읽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읽다가 놓아둔 일어서적이 꽤 많아서 틈틈히 여행중에 읽곤 하는데
외롭고 무료한 차안에서 그 효과가 꽤 있다.
아내가 읽었던 일어 서적들은 아이들에게 주고 그후 내가 읽을게 없어지면 할 수 없이 집어드는데
나름대로 읽을만 하다.
서너 시간의 길고 긴 서먹서먹한 분위기의 대절 버스안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기는 책만한 게 없는 것 같다.
매표소를 지나고 월정사를 지나니 상원사 주차장이 보인다. 11시 정각이다.
길불사
적멸보궁
적멸보궁[寂滅寶宮]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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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보궁을 지나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은 1.1키로미터, 아이젠을 차고 급경사 오르막 길을 오르지만 힘들다.
날씨도 추웠지만 오르막 길엔 땀이 많이 나서 점퍼를 벗었다.
아직도 수북하게 쌓인 하얀 눈이 반사되어 눈이 부셔 온다.
맑은 파란 하늘이 싱그러워 가슴 속이 다 시원하게 느껴 진다.
비로봉까지 함께 한 산우들과 함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나목들이 아름답다.
겨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나뭇가지들만의 멋진 모습에 매료되어 본다.
겨울산은 황량하기만 하지만 때론 눈덮히고, 우아한 나뭇가지들만의 자태가 아름다울 때가 있다.
겨울산행만의 매력에 흠뻑 젖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나목의 풍경은 비로봉 오르기 직전 찍은 모습.
비로봉 정상 , 해발 1563미터
다행히 오늘은 꽤 맑은 날씨라서 저멀리 노인봉,동대사,발왕산도 보인다.
구비구비 보이는 설산의 모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기만 하여 감동을 받는다.
그 시원한 풍광을 더 담아 보고 싶어 급하게 상왕봉으로 향하는 선등그룹을 보내고 잠시 비로봉에 머물었지만 바람이 차다.
더 머무를 수 없어서 중간 그룹을 기다렸지만, 그들이 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상왕봉으로 향했다.
상원사에서 올라오는 길
비로봉에서 상왕봉까지는 능선길 2,3키로미터
이 눈덮힌 능선길이 매우 아름답다.
하얀눈과 고목 그리고 아름드리 주목이 환상적으로 배합되어 연출되는 풍경이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저멀리 바라다 보이는 산들의 하얀 모습은 겨울에만 볼수 있는 최고의 절경인 것 같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렇게 고산인데도 겨우살이가 없다.
저 앞에 보이는 임도가 나중에 내려가는 하산로.
올해에 처음 보는 눈덮힌 산하가 아름답기만하다.
올해도 몇 번 눈이 올 때 지방 원정 산행을 했지만 전망이 좋지 않아서 이런 설산의 풍경은 보질 못했다.
함백산과 남덕유산에서는 처음부터 눈이 와서 온통 눈덮힌 하얀 설경이었지만
먼 산의 전망은 좋지 않았었다.
올해는 눈이 작년에 비해 그리 내리지 않아서 설경과 상고대를 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상왕봉을 가다가 뒤돌아본 비로봉의 모습.
음지라서 쌓인 눈이 그대로 나무 위에도 남아있다.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가다보면 헬기장이 나온다.
그 헬기장을 막 오르는 산우를 넣고 찍어 봤다.
산에서야 풍광이 최고의 모델이지만 때로는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모습이 곁들여지면
더 좋은 사진이 나올 수가 있는 듯하다.
여길 내려가면 이제 주목군락으로 들어선다.
태백산이나 함백산처럼 주목의 수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나름대로 운치를 느끼게 해 주었다.
가히 수백년이 넘은듯한 아름드리 주목과 거목이 눈길을 끈다.
아주 높은 산에서만 산다는 고고한 주목,
살아서 천년,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은 자신들을 스쳐가는 수많은 인간들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삭풍과 혹한을 견디며 수많은 세월을 살아온 주목은 신령스럽기까지한 생물체라고도 한다.
아마도 눈이 1미터 이상은 쌓인 것 같다.
이정표도 길도 눈에 쌓여 윗 부분만 보일 뿐이다.
누군가 처음에 러셀하며 길을 만드느라고 고생했을 듯 싶다.
비로봉에서 상왕봉, 그리고 하산길까지는 가끔 만난 등산 객외에는 거의 홀로 산행을 했다.
가다가 전후좌우를 둘러보며 멋진 풍경이 나오면 사진기를 꺼내 들어 찍기도 하고 사색에 젖기도하면서 걸었다.
눈 쌓인 깊은 산길을 걷는다는 자체가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힘들면 몸에서 엔돌핀이 나와 지탱을 하게 해 준다던데 그래서 그런 좋은 기분일까.
고요하고 하얗기만한 아름다운 길엔 적막이 감돈다.
오직 나뭇가지를 스쳐가는 바람소리만 벗해 주는 길이라서 더욱 좋았다.
그 흔하던 낙엽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산길엔 앞서간 이들의 발자욱과 바람이 전해주는 겨울이야기만이 있을뿐이다.
살을 에이는 듯한 강풍이 불어오는데 어린 시절의 화롯불 추억과 처마밑의 고드름,그리고 지나간 추억들이 떠오른다.
Talk show에서 였던가 아니면 책에서 였던가..
세월이 아주 많이 흘렀다며 부끄러운 사랑의 추억을 끄집어 낸 사람이 있었다.
나 역시 요즘 들어 이런저런 옛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 중에는 잊고 싶은 기억도 있다.
옆길로 가지 않고 곧바로 정면도전하여 더 잘할 수가 있었는데...
좀더 현명하게 처신했더라면 남에게 속지 않고 손해를 입지도 않았을텐데...
참으로 아쉽기만 한 지난 날도 떠오른다.
...........
가끔 엄청난 칼바람이 불어와 얼굴이 시렸지만 그 또한 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련이 아니련가.
가느다란 나무가지도 칼바람에 못견뎌서 신음소리를 낸다.
가여운 산짐승들은 어떻게 이 춥고 깊은 곳에서 살아갈까.
1미터 이상이 눈에 뒤덮혀 먹이도 없을텐데....
생물과 동물,살아있는 모두에게 겨울은 여러모로 시련의 계절인가 보다.
상왕봉을 한참 지나서 이제 임도로 난 길과 만났다.
임도에서 샛길로 난 통행금지 길을 통해 가니 엄청난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차라리 임도로 구불구불 돌아가는게 더 낫지 않았나 싶었다.
후미그룹이 아직도 저 멀리 뒤에 있는데 괜시레 서둘렀나 싶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3시.
버스에서 언 몸을 녹이며 기디리니 후미그룹이 3시 40분 정도에 도착한다.
4시에 뒤풀이 장소로 이동. 산채 백반을 먹고 서울로 향했다.
뒤풀이에서 오랜만에 마신 약주 몇 잔 덕분에 버스 안에서 기분 좋은 단잠을 잔 것 같다.
며칠 동안은 오대산의 풍광과 추억과 사진이 있어서 행복할 것 같다.
좋은 산을 간다는 설레임. 그리고 기대에 부응한 풍광이 있어서 좋았던 산행이었다.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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