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계

사랑하는 당신에게 본문

수필

사랑하는 당신에게

世輝 2008. 5. 28. 21:24
 

당신과 만나고 헤어질 땐 늘 그렇듯이 안타깝고 마음 아프지만쑥스러워서 표현을 하지 못했어. 

어쩌다 이리 떨어져 사는 부부가 되었는지 몰라. 
잠시 잠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이런 삶이 벌써 9년째인가?


그땐 나도 혈기 왕성한 40대 초반이었고 당신도 어여쁘기만 한 숙녀였지.
근데 이젠 둘 다 많이 나이가 들었어.. 얼굴에
잔주름이 생기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이젠 부쩍 커 버렸네.

아이들이 많다 보니 참 이런저런 일이 많다.. 내가 사업을 한답시고 한국에서 있을 때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어 고생했을 당신.. 
내가 곁에 있었다면 당신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돈 버는데 눈이 팔려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지. 아직까지도 말썽 부리는 넘이 있으니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옛말이 맞긴 맞나 보다.
 
우린 아이들 밖에 모르고 살았지?

바르게 키워서 사회에서도 성공한 모습이 되길 바랐지만아이들 키우는 건  부모 마음대로 안되는가 보다.  
한 고약한 넘이 그랬지. 자긴 엄마처럼 세상을 살지 않겠다고...... 
그저 학교와 가족들밖에 모르면서 바쁘게만 사는 엄마의 모습이 불쌍하게 보였나 보다.. 늘 바쁜 엄마에게 무심하기만 한 넘들. 그그 아이들이 크면 엄마의 고마움을 알까?  

 

가끔 생각하곤 해. 
 "아이들이 보는 인생의 시각과 여성의 행복이라는 게 어떤 것일까" 하고.. 즐거움이나 행복이라는 것

그것은 누군가의 희생이나 부단한 자기 노력 없이는불가능한 거지. 
우리의 젊은 시절은 늘 피곤하고  그만큼 바빴지.  오로지 앞만 보고 살아왔으니... 무일푼에서  시작한  삶이어서 남들보다 더 부지런하게 열심히 살아왔지. 그 덕분에 금전적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 뒷바라지에도 문제가 없게 되니 눈부신 청춘이 저만큼 가버렸네.


그리고 아직도 떨어져 사는 신세이고.

그래도 많이 좋아졌지?. 같이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고 아이들도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니, 만족할만하기도 하지만 이제 졸업과 취직이라는 문제가 있으니 그것도 근심거리이고. 

사는 게 다 그런가 보다. 살아가는 데 어디 완벽한 게  있으랴 싶어.. 조금 부족하면 채워가고 더 부족하면 더 채워가면서 살아가야만 하는가 보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자기 세계를 넓혀 가면서 자립해 나가려고 하고.. 그래... 그 아이들은 그 아이들의 인생이 있는 것이고  우린 우리의 인생과 행복이 있는 것이지.  

.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난 당신이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여..

그리고 우린 이만큼이면 이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이 어찌 근심거리 하나 없는  완벽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싶어..

 안정되고 행복해진 이 삶이 당신 덕택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어.

 성질 급하고  화도 잘 내는  부족하기만 했던 나였지. 지금은 번듯한 것 같지만 너무 부족했던 나 같은 사람을 만나서  고생을 많이 해왔지..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정말 너무 미안한 게 많아..

 우리가 신혼을 살던 곳이  Frankfurt의 어느 거리였지? 공부를  한답시고 있었던 그곳에서 당신 고생만 시킨 게 너무 맘에 쓰렸어.

 그리고 Tokyo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작은 집에서 연년생 아이들을 낳으면서  키웠던 그 순간들도.......

 더 잘해 줄 수도 있었는데.... 아니, 더 잘해 줘야 했는데 말이야...

 행복하게 더 사랑해 주고 이뻐해 줘야 했는데 그걸 못했어.. 가족들의 미래와  안정을 위해 바빴고 피곤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변명치고는 궁색하기만 한 걸 나도 알아..

  그래도 나 당신만 바라보고 살아왔고 마음속 깊이  당신을 사랑하면서 지내온 거 알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행커플<애인>  (0) 2008.06.25
고가 등산용품 유감  (0) 2008.06.21
자식에게 올인하는 부모들  (0) 2008.03.25
88세대라고 들어 보셨나요?  (0) 2007.11.09
힘없는 남편들  (0) 2007.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