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Photo of KOREA/서울,수도권의 명소

서울 대공원의 늦가을

世輝 2008. 11. 13. 18:25

2008.11.13 (목) 10시

 

홀로  늦가을의 청계산을 둘러보고 싶어서 나선 길이었다.

대공원역에서 내리면 아직도 가을 내음이 물씬 풍길  것 같은 생각에 들렸지만

여기도 이젠 휑~하니 빈 듯한 느낌이다. 

이젠 가을도 바람따라서  가려나 보다.

 

바람 한 점에도 우수수~떨어지는 붉은 낙엽들이 장관을 이룬다.

지나가던 노파가

"에구 낙엽이 다 떨어지는구만~" 하고 청승맞게 내뱉는다.  

 

저 노파도 환하게 빛나던 아리따운 처녀 시절이 있었을까.

무릇 살아 있는 것이라면 동물이든 식물이든 다 시들고 사라져야만 하나보다.

그게 대자연의 법칙이고 우주의 섭리이겠지.

한 시대가 가면 또 한 시대가 오는 것.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에 더 슬픈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저 본능만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라면 그리 번뇌하지도 않아도 될 것이련만......

 

 

 

 

 

 

 

 

 

 

 

 

 

 

대공원역 2번 출구에서 벗어나와 미술관 쪽으로 올라가다 보니 때늦은 단풍나무가 화려하게

피어 있다. 이쪽으로 올라가면 문원동 능선을 타고 청계산을 오를 수 있다.

청계산엔 단풍은 다 져버리고  이제는 낙엽이나  밟으러 가는 산행이 된다.

낙엽을 밟으면서 떠나가는 가을을 배웅하는 맛도 그런대로 괜찮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면서 산을 오르다 보면 낙엽 냄새가 난다.

고엽을 다 털어 버리고 겨울 속으로 들어가려는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산을 오르노라면

로맨틱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만추의 산을 오르다보면 참으로 행복한 느낌이 들곤 한다.

그건 아마도 가을의 멋진 풍경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인적이 뜸한 산길에서 하늘거리며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산을 오르는 이들만이 차지할 수 있는 특권이다.  

이 아름다움을 만끽하지 못한 채 바삐 산을 오르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잔잔한 바람이 이는 가을날,

맑은 햇살이 따사롭기만하다.

그 햇살 아래서 있기만 하여도 엔돌핀이 흘러나와  풍요로운 느낌이 든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의 멋을 안다는 것은 세월이 지나서 나이기 들어야 되는 것일까.

젊었을 때에는 그저 앞만 보고 달리던 시대라서 시간이 영원할 줄 알았다.

자연의 아름다움 보다는 살아야 된다는 [적자 생존의 법칙]에 충실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토록 허무하고 빠르게 세월이 흘러간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아는 것일까.  

아니겠지 ...

 

아무도 없는 초가로 만든 정자에 잠시 쉬었다.

안락하고 편안한 곳이다.

노란 단풍잎들이 떨어져 있는 도로에는 그저 가을 속의 풍경화 한 폭이 스며 들어 있는듯하다.

 

사람들이 미술을 좋아하는 감정이 바로 이런 감정일까.

풍요롭고 바라보기만 하여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정경이 눈앞에 있다.

 

 

 

 

 

 

 

 

 

 

 

 

 

 

 

 

 

 

 

 

 

 

 

 

 

 

 

 

 

여기에서 보는  세상은 평화롭기만 하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제 위기에 주름살 가득한 가장들의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인가 보다.

가을 아래서 여가를 보내는  이들은 활기차고 밝은 표정들이다.

아름다운 풍경아래서 저들이 허리를 굽히고 몰두하고 있는 것은 뭘까?

동양화?

여기는 탑골공원과는 다른 노인들의 공동체가 존재하나 보다.

이것도 끼리끼리 류인가 싶다.

OECD국가 중 출생률이 최저가 되어 버린 나라라서 몇년만 지나면 노인들만의 나라가 되어 버린다고 한다.

현대세계에서 아름답게 늙어 간다는 것은 인격과 경제력이 동반해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

70대가 되면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아름다움도 다  평등해 진다고 하지만

틀린 말이지 싶다.

그동안 살아온 모든게 온 몸과  말과 얼굴에 표출이 되어 버리는 나이가 아닐까.

  

 

 

 

 

 

 

 

 

 

 

 

 

 

 

 

 

 

 

 

 

 

 

 

 

 

 

 

 

 

 

 

 

 

두어시간 산을 오르 내리다가  대공원 여기저기를 산책하였다. 

가끔씩 혼자 좋은 풍경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도 ,산행도 좋을 듯하다.

조금 외롭긴 하지만 좋은 사진을 찍고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한 일.

 

눈부신 가을 햇살 아래서 맞이하는  사랑스러운 가을 여행은 감미롭기만 하다..

이내 떠나버리는 가을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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