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신주쿠 거리

 


요동치는 한 해, 눈물을 본다.

 

 

2008년  한 해는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격동의 한 해였다.

다산과 다복을 상징하는 쥐의 해 戊子年,

그 무자년은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한 해였다.

이제  동경 집에 온 지도 15일, 올해를 마무리하고 세밑의 조용한 시간을 한가롭게 보내고 있다.

연말이면 매년 일본에서 두어 달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있는데 이 시간들이 내게 가장 소중한 것 같다.

차 한잔 마시면서 서울에서 있었던 그 격동의 순간들을 더듬어 보고 있다.

 

 

그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던가,

미네르바같은 이가 예상을 했다고는 하지만 정부에서 9월 위기설을 부정하고 잘 넘길 것 같았는데   

하반기인 10월로 접어들면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충격은 모든 경제로 파급이 되어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다.

금융위기를 넘어 실물경제에까지 파급되어  그 누구도 한 치 앞을 가늠할 수가 없어진 상황이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에서 시작된 그  불행의 서곡은  미국에서부터였지만  

그 불씨는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로 퍼지며 세계 경제를 암흑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내년 세계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5%의 고성장을 하던 한국.  

정부는 내년  3% 성장을 밝혔지만 마이너스 성장이 될 수도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더욱 시장을 암울하게 만들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수장으로  미스터미스터 오럴 해저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그들의 무능과 오판도 경제위기에 한몫 단단히 한 것 같다.   


금융위기 속에 건설, 부동산, 금융,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 모든 시장이  추락하며 불황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사놓으면 오른다는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도 막을 내렸다.
집값 급등의 근원지였던 버블 세븐 지역의 부동산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강남과 하늘 아래 천당이라는 분당, 목동ㆍ용인, 평촌, 과천, 일산  등 버블 세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가파르게 하락했다.

 

기세 좋기만 하던 노도강의 집값도 추락한다는 소식이다.

로또 당첨이라던 판교는 이젠 프리미엄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프리미엄 시대를  맞이했다.

판교뿐이 아니라  뉴타운과  신도시 거의 모든 지역의 프리미엄이 사라졌다. 

정부가 하반기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쏟아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강남에 아파트를 수십 채 가졌다고 세무조사를 받았던  역술인인 부동산업자는  아파트 폭락으로 인해 지금 알거지가 되어 종적을 감추었다.

그뿐 아니라 가격이 급등할 때 은행융자를 받아서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늘어나는 은행대출금 이자와  가격 폭락의 이중고에 시달려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한 때는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는데 이젠 쪽박 찼다고 눈물 흘린다.

부동산 불패 신화에 몰입하여 나락으로 추락해 버린 이들의 한숨에 그동안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던 서민들은 웃고 있지만 그들도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한참 절정기 때 강남은 일본 동경의 고급주택지 미나토구보다 더 비쌌다.

누가 봐도 거품이 잔뜩 끼어 있는 게 분명했다.

정부가 이렇듯 부동산의 폭등한  가격의 하락과 침체를 걱정하는 것은 금융기관과 건설회사의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08년 12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제비교 통계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 땅을 팔면 930배나 넓은 캐나다 국토 전체를 사고도 남는다고 한다.

 2007년 현재 서울 땅값은 1조 1,593억 달러, 경기도는 1조 18억 달러다. 캐나다 국토 전체 땅값은 1조 5,580억 달러다.

서울과 경기도 땅값이 캐나다 땅값의 1.4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캐나다 국토 면적은 9,984,670㎢,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10,742㎢의 930배에 달할 정도로 크다.

 

또한 한국의 땅값은 3조 5,780억 달러로 면적이 100배에 달하는 캐나다 땅값의 2.3배에 해당한다.

또 국토 면적이 한국의 77배에 달하는 호주 땅값은 2조 6,390억 달러로, 한국이 호주의 1.4배에 달한다.

 

국내총생산(명목 GDP) 대비 땅값도 한국은 3.7배에 달해 프랑스(3배), 미국․호주(2.8배), 일본(2.4배) 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땅값이 소득에 비해서 엄청 비싸다는 얘기다.

그동안 민간연구기관의 확인에 이어 정부 기관의 공식통계에서도 그 심각성이 확인된 것이다.

 

늦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한참 내려서 서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살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나라를 온통 투기장으로 만들어 버린 부동산 투기가 사라지고 거품이 완전히 걷혀야 한국경제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

 

내가 머무는 일본에서도 지금 파견직<비정규직>부터 해고하고 있다.

이곳도 세계 경제위기와 엔고 불황에 휘청거리고 있다.

2004년에 모든 직종에서, 심지어  제조업까지 파견직을 쓸 수 있도록 한 고이즈미 정부가 강행한  법률이 악법이 되었다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지금은 거대한 자동차 회사 도요타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1달러 대비 89엔까지 가는 엔고에 신음하는 일본과 반대로 우리나라는 원화 폭락에 죽을 지경이다.     

지난해 평균 929.38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11월 1500원선까지 상승하다가 이젠 1200원대 후반에서 머물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환헤지 파생상품인 '키코(KIKO)'때문에 기업들이 죽을 맛이라고 한다.

은행들이 위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안 해 준 채 반강제적으로 가입을 시킨 키코였다.    

환변동에 대비해서 보험처럼 가입하는 키코가 환율 급등으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안겨준 것이다.  

 

안 좋은 일을 많이 하던 은행들도 이제 제 살길 찾느라고 혈안이다. 달러 구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금융기관이 외국에서 달러를 빌려오는데 정부가 100% 보증을 해 준다는데도 차입이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외국은행들도 제 살길 먼저 찾기에 바쁜 탓도 있겠지만, 한국은행들의 신용도가 그만큼 나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엔화 강세로 인해 원, 엔 환율 상승폭은 더욱 커서 심각하다고 한다.

한국이 외국에 수출을 하여 일본에 다 갔다 준다는 말이 있는데 이건 사실이다. 

주요 부품들을 일본에서 사다가 물건을 만들어 수출을 하는 한국은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가 더욱 심화되고 엔화 강세로 인해 기업의 손실은 더욱 커진다.

올해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300억 달러에 이른다. 2006년, 2007년도에도  비슷한 정도의 적자를 보았다.

 

저리 이자의 엔화를 빌렸던 기업과 개인들, 강남의 전문직 자영업자, 특히 병원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긴  마찬가지.

그 엔화 대출은 연장이 안된다고 한다. 그러니 두배로 오른 엔화를 원금 변제하는 것은 두 배의 손실을 보는 것.  

이것이 바로 엔캐리에 당한 예다. 

 

주위에는 아이들을 외국에 보낸 집이 상당히 많이 있다.

부자만 보내는 게 아니라 서민들도 이상한 한국의 교육 정책과 영어열풍, 엄청난 사교육비 때문에 보내는 것이다.   유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 많이 힘들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외롭고 힘든 기러기 아빠들의 어깨가 축 처져 있어 보기가 안쓰럽다.  

 

마지막으로 요즘 일본 젊은이들이 풍조 하나 소개하자.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자동차를 싫어하고 술을  별로 안 마신다고 한다.

조혼 열망의 여성들과는 달리 남성들은 결혼도 기피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힘든 세상을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 국민소득보다 두 배가 넘는  국민소득 4만 불의 이웃나라, 잘 사는 나라 일본도 그런 상황이다.        

          

                                                            2008.12. 29일  신주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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