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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늦가을 산사에서

世輝 2010. 11. 11. 14:35

늦가을 산사에서

관음사 일주문

 

 

 

관음사는 사당에서 관악산으로 오르다 보면  보이는 절이다.

늘 바라다보면서 급히 산을 오르다 보니 들려보지 못한 절이다.

 

오늘은 정신없이 산엘 오르던 산행보다 한결 여유로운 느낌으로  

관음사에 가서 고즈녁한 늦가을 풍경을 보았다.

 

한적하고 조용한 산사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 가끔씩 불경 읽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다.

 

부처님께 정성을 드리려고 정갈한 마음으로 산사를 오르는 이들도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언덕을 오른다.

 

한줄기 바람에 나뒹구는 낙엽이 계절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나무에 몇 개 열려있는 빨간 홍시가 가을의  깊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늦가을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퇴색되어 말라 비틀어진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부처님께 합장하는 신도들의 모습.

그리고 등산하러 올라가는 사람들

노랗고 붉게 물든 나무들의 모습.   

보이는 게  다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건 늦가을의 색감과 날씨 때문이기도 하다.

 

상쾌하고 홀가분한 이 기분은 산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활의 청량제다.

산사의 벤치에서 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시면서 조용한 시간을 잠시 보냈다.

따스한 커피의 온기를 느끼며 앉아 있는  나만의 사색의 시간이 제법이다.

 

혼자서 이 좋은 풍경을 느끼는게 아까워서 같이했으면 좋을 만한  얼굴을 떠올렸지만

마땅하지가 않다. 이 고즈녁한 풍경에 감동하고 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저 웃고 떠들며 지낼 사람들이야 많지만 내 영혼의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까지 할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동경이나 가야 같이 걸어 줄 사람이 있는 외로운 신세다.  

며칠 전 비행기를 놓쳐 버려서 가지 못했더니 섭섭해하던 막내의 얼굴이 떠오른다.

늘 함께하던 아내와 막내와의 산책이 그립기만 하다.

 

가을은 뭔가가 그리운 계절인가 보다.

아마도 일조량이  적어지는 탓에 약간은 우울해지고, 쌀쌀한 날씨에

마음이 썰렁해지는 그런 계절이기에 따뜻한 차 한 잔이 그리워지고

따뜻한 미소가 그리워지는 계절인가 보다.

 

그래도 그저 카메라 벗삼아 다니면서 감성 가득한 풍경에 앵글을 맞추면 행복한 가을이다.

고혹적인 가을의 풍경 속에서 가슴 가득히 밀려오는 이 막연한 그리움이 너무 좋다.

 

 

 

 

 

절에 와보니 요즘 머리 속에 가득한 쓸데없는 어느 도그마(※ 1)가 생각난다.

 

 

그 허황된 도그마 속에 사로잡혀 있는 많은 이들이 불쌍하기만 해서 이런저런 글도 쓰고 푸념을 놀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은 다 그렇게 어리석은 가 보다.

 

인간이 생각하는거라야 고작 인간의 사고 범주 안에서 그치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게지만

그래도 우리가 향유하는 합리적인 이성 속에서 정의롭고 바르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네들을 생각하다가 문득 베이컨의 <동굴의 우상>이 생각난다. 

 

베이컨은 사람들의 생각의 오류에는 4가지의 우상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족의 우상이란

같은 종족에 대한 우위적인 편견이다.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할 것이란 생각이나 사람이 짐승보다 낫다는 생각까지도 종족의 우상에 속한다.

시장의 우상이란 

시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휘둘리는 것을 말한다.

극장의 우상이란

무대 위에 올라서 조명을 비추면 훌륭하게 보이는듯한  착시나 오류를 말하는 것이다.

동굴의 우상이란

자기의 생각에 깊이 빠져 남의 의견을 일체 무시하는 태도라든가 동굴 속에 깊이 있어 주변인들만의 이야기만 듣음으로써 바깥사람의 이야기는 무시하는 태도를 가지는 오류를 말하는 것이다.

 

베이컨의 '동굴의 우상'은 플라톤이 『국가』에서 언급한 '동굴의 비유'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깊은 동굴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손발이  묶인 채 동굴의 안쪽만을 바라본다. 동굴 안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해가 떴을 때 동굴 안쪽 벽에 어른거리는 자연의 그림자뿐이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곳에 앉아 그림자만을 보았기 때문에 그림자가 유일한 실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그들 중의 한 사람이 포박을 풀고 동굴 밖의 세상으로 나왔다. 

그가 처음으로 바라본 동굴 밖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다. 

하늘에는 태양이 떠 있고 온갖 꽃, 새 그리고 동물들의 진짜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다. 

비로소 그는 동굴 안의 물체들이 모두 그것들의 모조품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제야 그 행복한 사람은 자연으로 뛰어나가 갓 얻어낸 자유를 만끽하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아직도 저 깊은 동굴에 갇혀 있는 다른 동료들을 생각해내고 발길을 돌린다. 

다시 동굴로 돌아온 그는 동료들에게 동굴 벽에 어른거리는 것은 사물의 그림자이지  실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동굴 안의 많은 사람들은 동굴 벽을 가리키며 그들이 거기서 보는 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마찬가지, 어떤 도그마 속에 깊이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쉽게 벗어나질 못한다.

한때 마르크스 레닌주의 사상에 심취해 있던 이들도 불행한 인생을 보냈던 것처럼 영적인 환상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사람들도

불행한 인생을 보낸다.

 

그 도그마에 심취되어 동굴안의 우상 같은 걸  우주의 최고라고 치켜대는 이들은 그 안에서 벗어나기가 힘든가 보다.

누가 억지로 강요하는 게 아니지만 정작 자신이 그 허황된 도그마 속에 파묻혀 세뇌당한 채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이 현실 속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종교란 다 그런가 보다.

특히 신흥종교란 게 더 사람을 착취하고 신과의 중보자라고 자신을 내세우면서 혹세무민 하는

이 거짓된 현실 속에서도 신은 그저 오랜 역사 동안 침묵하기만 한다.

 

많은 신학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구약시대에 현현했던 신의 모습은 그저 히브리 민족의 신화였을까?

까마득한 시절 단군 신화처럼 구전되어 오던 한 작은 민족의 신화가 세계인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신은 인간세계에 아예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너무도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이기에 그저 인간세계에서 자율적으로 질서를 만들어 살면 되는가 보다.

동물의 세계처럼~~   

 

관음사 대웅전

 

 

불교의 정신 세계가 각광을 받는 것도 이유가 있다.

승려들의 아집과 물질욕도 대단해서 그릇된 목사들만큼이나 타락하여 버렸지만

그래도 도를 깨우치겠다는 일부 스님들의 노력은 대단하다.....

 

한없이 무한하고 광활한 우주 속에서 자아를 찾고 인생의 부질없는 집착에서 해탈하고자 하는 

진실된 승려들은 속세를 벗어나 혹독한 수도를 하고 있다.

 

타오르는 사랑의 욕정도 물질에 대한 집착도 다  부질없는 인간의 욕망이다.

저 세상에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게다.

 

이미 성철스님과 법정스님은 많은 이들에게  무소유와 청빈과 많은 가르침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타락할 만큼 타락한 불교계와 기독교지만 그래도 참된 목회자와 스님들이 간혹 있어서 황량하고 거친 이 세상에 등대 역할을 해준다.

 

종교계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이 혼탁한 세상을  정화시키는데 그렇지가 않아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갑자기 들려오는 목탁소리와 염불소리에 산사의 정적이 깨진다.

마치 녹음된 테이프를 돌리는듯한 스피커 소리에 사색이 끊긴다.           

 

그래도

따스한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에도 행복해질 수 있는 이 가을날이 너무 좋다.

이 산사에 부는 바람도 좋고 이 따스한 한줄기 빛도 좋다.

 

사랑스럽기만 한 가을날이다.  

 

 

 

※1 도그마 dogma.(이성적이고논리적인 비판과 증명이 허용되지 않는 교리, 교의, 교조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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