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아내가 결혼했다.

世輝 2012. 4. 6. 18:45

아내가 결혼했다

 

 

몇 년 전에 영화로 만들어 예고편을 본 기억이 있던   이 책. 

근처 도서관에서 그 선정적인 제목이 눈에 띄길래 빌려와 읽었다.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박현욱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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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 자체가 축구장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w. 스콧의 말을 인용하며

인생은 축구와 같다며 축구 이야기를 곁들여 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녀는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귀엽고 애교가 많은 프래그래머다.,

남자사원들이 모두 사귀고 싶어하는 그녀에게  용기를 내어 다가가는 덕훈,

어느 날, 회식은 3차까지 이어지고 둘은 축구이야기로 의기투합하게 된다.

헤어질 때 의외로 그녀는  집에서  커피 한 잔 하고 가라는 말을 한다.

커피 한 잔? 그건 노골적인 유혹이 아닐까?

 

하여간 둘은 그날 밤  커피 한 잔을  빙자하여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그리고는 환상적이고 황홀경으로 이끌어 주는 인아의 육체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고 만다. 

헌 책을 좋아하여 헌 책방 돌아다는 게 취미라는 그녀, 집안에 천 권이 넘는 책을 수집하고 

그와  같은  축구광이어서 그녀에게  점점 빠져든다.


그러나 그녀의  핸드폰은 자주  꺼져 있었고 연락이 되지 않는 날이 많아진다.

캐묻는 그에게 인아는 다른 남자와 잤다는 고백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게 싫으면 헤어지자는 그녀에게 홧김에 이별을 선언하지만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그녀에 대한 마음에 괴로운 그. 한달 후에 다시 만나게 된다.

 

평생 한 남자만 사랑할 수만은 없다는 그녀,

일부일처제라는 결혼제도는 몇백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일 뿐이라는 그녀.

사학과 출신답게 역사적으로 자유분방했던 고려의 풍습,그리고 모계사회가 중심이었던 역사를 끄집어낸다.

 

그래서  덕훈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결혼이다.

아무리 자유분방해도 결혼만 하면 달라지겠지 하면서...  

그러나 평생 그녀만을 사랑하고픈 그와는 달리  자유분방한 여인,

그녀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조건을 달고 급기야 결혼까지 한 두 사람이지만 아내는 자유롭게 사생활을 즐긴다.

야근에다가 외박까지 자유롭게 하는 아내지만 살림과 애정관계에서는 남편에게 성의를 다하며 사랑한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회사일로  경주로 내려가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하면서 허락해 달라고 한다.

당신도 사랑하지만 또 한 사람도 사랑한다, 그래서 그 남자와도 결혼하고 싶다고..

당신과는 이혼하고 싶지 않고 단지 그 남자  재경과  결혼하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한다. 

 

기가 막히지만 결혼식을 굽히지 않는 그녀에게  그냥 애인으로 사귀라는 제안도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그녀를 놓치기 싫어  이중 결혼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남편 덕훈.

그 후 아내는 경주와 서울을 오가며 살림을 한다.

 

당신도 얼마든지 여자와 사랑해도 된다고 하는 여자,

하지만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하고 사귀어 봤지만 그 누구도 아내와 같은 성적 만족도를 주질 못한다.

노처녀와 사귀고 지속적으로 만났지만 아내의 작은 질투에 그마저 정리하는 남편,

(작가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아내의 그 대단한 사타구니와 육체에 함몰되고 만 가련한 남자의 서글픈 이야기다.  

급기야 그들은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는 아이까지 가지게 된다.

 

그리고 사회적인 편견과 제약에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남편 둘, 아내, 아이 네 명은 뉴질랜드로 향한다.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없다는 자유분방한  생각과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며 당당하게 남자를 굴복시키는  그녀.

남성 중심으로 정형화되고 고착화된  제도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사랑에 충실하고픈 대단히 당찬  여자다.

그리고 확연히 다른 아내의 가치관에 갈등하고 고뇌하지만 점차 변화해 가는 남편.

 

사실 이 책을 읽을 때 그녀의 뻔뻔함과 분방한 성생활에 분노하여 대충 읽어 버렸다.

참으로 쓰레기 같은 책이라고 생각하며 읽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독서를 좋아해서 많은 책을 읽어 왔지만 

이토록 분노하며 열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후로도 상당히 혐오감을 가진 소재의 책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 곰곰이 생각하니,

지금까지의 남성 우월적인  제도로 학대받고 고통받은 여인들의 수난이 이와 뭐가 다를까 싶다.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남자들은 반응은 상당히 당황하고 분노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성들이 만들어 낸 관습과 제도 속에서 첩을 두어도 당연하고 바람을 피워도 항변하지 못했던

여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제도가 그렇다고 당연시했던 일들이 입장을 달리하면 얼마든지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던  처용가

작가는 아내의 가랑이를 빼앗겨도 분노하지 않고 노래를 불렀던 가련한 남편 처용과

천년 전 신라시대 선덕여왕의  남편이 3명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꺼내 놓는다.

 

현재에도 히말라야 메루고원에 사는 인도 록파족은 일처다부제로 살아간다고 한다.
다른 남자를 얻을 때도 남편의 동의가 필요 없고 여자가 낳은  아이들은 전통과 관습에 따라
모두 첫 번째 남편의 아이로 인정된다고 한다. 너무도 당연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이 책에 나오는

여인의 모습과 같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인도의 토다족과 티베트의 하층민사회가 일처다부제로 살아가고 있다.  

 

시대와 제도에 따라 달라지는 제도와 관습과 법률과 도덕 또한 그러한 것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사고방식은 많은 부분이 현재의 그것과는 상이할 수도 있다. 

  

작금의 시대에 남자들이 바람을 피워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여자들이 남편과 첩같은 애인을 가지며 산다면 우리는 분노하고 여인들을  매도할 것이다.

여인들의 암흑과도 같은 수난시대였던 조선시대라면 당연히 칠거지악을 내세워 참형을 할 것이다.

 

서양이라고 해서 뭐가 그리 달랐을까? 

미국의 나다니엘 호손이 1850년 발표한 소설인 주홍글씨가 생각난다.

17세기  일어난 간통 사건을 주제로 하여 쓴 작품인데

간통한 여자 주인공에게  그 벌로써 가슴에 간음을 뜻하는 ‘adultery’의 두자인 ‘A’를 주홍색으로 달아 주어

늘 목에 걸고 다니게 했다. 사람들이 비난하고 질시하여 일생 고통 속에서 생활했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이러한 풍습은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에   영국의 청교도들이 살았던 보스턴에서 행해졌다고 한다.

 

어디 이뿐이랴, 얼마 전에도 캐나다에서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딸을 죽인 아버지가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인 모하마드 샤피아는  2009년 세 딸과 첫 번째 부인을 살해했다.

딸들이  아버지 허락 없이 남자친구를 사귄다는 이유에서였다. 샤피아는 두 아내를 거느린 중혼 상태였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파키스탄에서 가족이나 집안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자행된 '명예살인'의 피해

여성 수가 최소 1,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이슬람국가에서 자행되는 이 같은 여성들의 수난은 현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여성의 편에 선 페미니스트도 아니다.

나 역시 통념을 가지고 사는 보통 남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인생은 축구장 같다는 작가의 지적.

그러나 축구는 엄격한 룰이 있고 그를 어길 시에는 옐로 카드가 즉시 나오고

두 번의  옐로 카드로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아내는 자신만을 사랑하는 아주 이기적인 여자다.

그러면서 반칙을 저지르지만 축구를 시작하기 전, 다른 룰을 만들어 놓고 자기만의 축구경기를 즐긴다.  

현재의 제도를 거부하면서도 결혼이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결혼식까지 한 인아라는 여주인공.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현재의 제도와 관습에 맞서 있는 듯이 보이지만 결혼식이라는 제도에 대해서는

적극 수용하고 있다.

  

그녀는 결혼을 한 부부로서 남편의 상처와 고뇌를 이해할 수 있었는가?

 

사랑은 이기적이지 않고 신뢰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줘야 한다는 게 통념인데

그녀가 사랑한다는 말은 도대체 뭘 의미한다는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며 일부일처제라는 제도가 악법일까를 생각해 봤다.

구약시대를 보면 일부다처제라서 아브라함과 야곱뿐만이 아니라 능력 있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많은 아내를 거느린다.

이것이 신약 때는 강력한 로마를 중심 한 사회와 가치관을 접하면서  일부일처제로 변화되어 왔으니

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간들이 만들어낸 규범과 관습이 제도와 법률이라는 틀을 만들어 낸다. 

역사는 제도와 관습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현재까지 진화된 것 중에 가장 좋은 제도가 일부일처제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진정한 일부일처제가 있었을까.

실제적으로 일처다부제도 표면상은 없지만 많은 여인들이   남편을  두고 애인을 사귀며 깊은 관계를 가지는  이 사회.

한 여자, 한 남자에 만족 못하는  부류들이 너무도 많이 있다.

불륜으로 인하여 배우자에게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고 급기야는 가정파탄까지 일어난다면

자신들만이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이혼율과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대한민국.

 

살아가면서 늘 좋을 수는 없다. 때론 달콤할 수도 있고 폭풍우가 불어 치는 가정생활 일 수도 있겠지만

서로 신뢰하고 노력하며 살아간다면  이 사회가 조금은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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