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Photo of KOREA/지방원정산행

순백의 불곡산

世輝 2006. 12. 18. 11:28


한밤에 시작한 함박눈이 새벽녘까지  펑펑 내린다.

티비에서는 영하 6도 이하로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하더니 대설주의보가 내려진다.

  

창을 열고 밖을 보니 온통 하얀 눈 세상이다.

나이를 먹고 나서 눈이라는게 단지 거추장스러운 자연의 산물이라고 인식해 왔다.

새삼 이 나이에 첫눈의 낭만과 옛추억을 회상해 볼게 뭐가 있을까.

 

무딘 감성으로 살아온 삶.

그래. 난 주룩 주룩 내리는 비도 싫고 눈도 싫다.

하얀 눈을 밟지만 곧 녹아서 질퍽거리고 시커멓게 변하는게 싫다.

 

오늘, 불곡산에 가는 날인데 이렇게 눈이 쌓이면 힘들지 않겠나 싶었는데 막상 밖에

나가보니 그렇게 큰 추위도 폭설도 아니었다.

자는 큰 아이를 깨워서 같이 집밖의 눈을 치우고 나니  벌써 8시를 훌쩍 넘은 시각.

 

서둘러서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길을 나섰다.

도시는 온통 하얀 동화 속의 세상이었다.

 

벌거벗은 가로수에 쌓여 있는 소담스러운 하얀 눈.

그 아름다움에 잠시 취해 본다.

 

세상의 모든 더러움과 고통을 다 덮어준 하얀 아름다움의 극치인것 같기만 하다.

 

괴물같은 도시에서 저런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니......

 

양주시청에 도착했다.

시청안으로 통과하는 등산로.

 

눈이 내려서 그런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눈과 우리 일행 뿐인거 같은데 한무리의  등산객들이 지나간다.

 

불곡산은 원래 회양목이 많아서 빨갛게 물든 것 처럼 보인다고 해서

불곡산이라 불리웠다 한다.

 

그런데 오늘 오르는 불곡산은 온통 눈천지로 하얀 순백의 세계.

모두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벌써 발빠른 등산객들이 길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나뭇가지에 살짝 부딪치기만 해도 쏱아져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 올랐다.

다행이 길이  얼어 붙지 않아서 걷기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雪山의 아름다움.

산 전체가 온통 하얗게 물들어 버린듯한 느낌.

 

그 설경에 도취되어서 연신 샷터를 찍어대는 사람들.

 

뽀드득거리며 밣히는 눈의 부드러운 감촉.

 

미끄러움에 아이젠을 착용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눈 앞에 보이는 임꺽정봉을 포기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급히 하산하니 3시경,

너무 이른 시각.

날씨가 다시 좋아지니 후회가 된다.

 

뭔가 모자란 듯한 산행이었지만 마음은 풍요롭기만하다.

 

가슴 가득히 하얀 아름다움을  추억으로 물들이고 온 것 같아서 일까?

 

순백의 눈길을 걷고,

눈위에서 뒹굴고 ....

눈싸움도 했다.

그리고 눈이 휘날리는 곳에서 식사를 했다.

.

.

.

.

 

 

어느새 곁에 스며 들어온 겨울이 깊어져만 간다.    






몇개의 능선을 넘어가니 가파른 암벽이 나온다.

그 밧줄은 얼어 있어 미끄럽다.

그래도 오를 만한 스릴이 있다.ㅡ 나비님이 엄살을 떤다.

중간까지 오르던 나비님이 다리에 힘이 빠져~~~~오메......우짤꼬...

나르지도 몬하면서 왜 닉을 나비라고 했을꼬? 

 

그 구간을 넘으니 이번에는 5미터 정도되는  절벽과 마주친다.

밧줄을 잡고 밑에서 발을 바쳐 주면서 올랐다.


 

   


 

그 구간을 올라가니 상봉이다.

많은 이들이 먼저 산에 올라와서 제법 번잡하기만하다.

 

저 맞은 편에 보이는 게 임꺽정봉이다.

꺽정이 아저씨가 한참 전성기를 누렸을 때 놀던 곳이라 한다.

 

봉우리가 가파르게  보이는게 산적들 소굴로는 안성맞춤이다.

 

가자!!! 저기로....

 

시각이  벌써 한시.

협소하고 미끄러운 옆 바윗길을 간신히 통과하여 밑으로 내려가서

자릴 잡았다.

뜨거운 물로 컵라면을 먹었다. 즐거운 식사시간.

그 행복한 웃음위로 눈발이 날린다.

바람에 날려온 눈이 밥과 반찬 위로  날린다.

하얀 밥과 하얀 반찬을 먹었다.  

그런데 날씨가 흐려지더니 추워진다.

눈도 내리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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