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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황혼 자살

世輝 2007. 6. 2. 13:31




 

황혼.

 

홀로 외로이 바닷가에 서서 석양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제 빛을 다하고 수평선 너머로 지는 그 석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하지만 인간의 황혼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아닌 것 같다.

늙고 초라해지는 모습으로 이 생에 미련을 갖고 집착도 해 보지만 그 미련보다는 고통이

더 심하기에 스스로 생을 마감해 버리는 노인들이 많아졌다 한다.

 

이름하여 황혼 자살이라고 한다.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전되면서 늘어나는 노인들의 ‘황혼자살’이 또 다른 사회문제의 한 단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05년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수가 26.1명으로 OECD국가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 자살이 급증한 원인을 산업화 시대 주역이었던 지금의 노인들이 막상 노령기에

접어들자 기존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상실한데다, 지병과 경제난으로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고,

가족해체에 따라 공동체 문화와 인적 네트워크가 훼손되면서 전통적 권위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신세 비관과 병고, 외로움, 가정불화, 박탈감 등이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장애로 이어지고

결국 남은 여생에 본인이 기대하는 행복지수보다 오히려 고통지수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자식이 늙은 부모를 부양하던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되면서 부모에 대한 무관심과 부양을 하지 않게 되었다.

반면에 부모는 자식에게 올인하면서 엄청난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결혼식 비용은 물론 보금자리 준비까지 해 준다.

 

청년들의 취직난이 가중되면서 백수로 지내는 자식을 보다 못해서,

아니 자식들의 강요에 의해서 사업자금까지 대주는 부모들이 태반인 것이다.

 

그러나 경험과 고생한 적이 없는 신세대 자녀들은 대부분 사업에 망하고 만다.

그러면 또 다시 빚까지 얻어서 사업 자금을 대주고..... 망하고...

 

그러다가 결국은 노후자금 한 푼 없이 황량한  사막 위에 내 던져지고 만다. 

 

혹자는 말한다. 농촌에 가서 빈 집 하나 공짜로 얻어서 살면서 놀고 있는 밭떼기라도 부치면서 편하게 살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노인들은 쉬이 지쳐 버리고 상실감과 병고와 외로움에 젖어 버린다.   

병이 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의료보험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비보험과 자기 부담금이 엄청나게 큰 것이다.

여기에 치매나 반신불수가 되어 버리면 그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몇 년 전 작고 하신 부친께서  노인 병원에  입원했을 때 느낀 점이 있다.

기초생활 수급대상자(생활보호대상자)들은 병원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반면에

어정쩡한 서민층은 간병비를 비롯한 모든 비용을 자기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비 외에 간병비만 월 150만 원에서 180만 원이 들어간다.

 

차라리 자식이 없으면 국가에서 생활비용과 의료비용을 부담해 주지만 있으나 마나 한 자식들이

호적상 존재한다면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을 감수하면서 병원에도 가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쳐 버리고 종국에는 스스로 이 고통스러운 생을 마감하여 편히 쉬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옛날에도 늙고 병든 이들이 부담스럽기만 했나 보다. 고려장이라는 걸 보면....

 

이제 중장년 층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자식에게 무리하면서까지 올인하기보다는 자신의 노후를 위하여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정부가 연금제도를  실시하였지만 그 효과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여 보면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쥐꼬리만 한 연금이 될 것이지만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 연금이라는 것도 중도에 실직하여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우리보다 훨씬 산업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의 부모들은 자신의 노후준비에 철저하다.

부모의 재산과 자녀의 독립과 생활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성년이 되면 독립을 시켜 

학비와 생활비, 용돈을 스스로 충족시키게 한다. 우리처럼 캥거루족을 만드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황혼 자살.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앞에 서서히 다가오는 그림자일 것이다.

 

고통과 패배감에 젖어  이 생을 비참하게 마감할 것인가,

아니면 우아한 노후를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은 아직도 젊은 우리의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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