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일요일.
이른 시각에 눈을 떴다. 벼루던 설악산행이 드디어 오늘.아차산역에서 7시에 집합.
드디어 올해도 설악의 아름다움에 몸을 던지나 싶었다.
차는 달리고 잠이 들었다 �다를 반복했다. 어제 천마산핸과 뒤풀이로 피곤한 몸이지만
선경을 본다는 들뜬 기분에 묘한 긴장감이 들었다.
눈을 뜨니 옆엔 강이 있고 그 주위로 단풍으로 한층 화려해진 설악산이 있다.
설악을 가는 가을 길은 너무도 아름답다. 한폭의 화려한 동양화라고나 표현할수 있을까?
물감으로 채색해 놓은 듯한 미시령고개를 넘어서니 설악의 가을산과 기암이 맞이한다.
설악산입구에는 단풍놀이를 하러 온 사람들로 인해 온통 차 그리고 인파에 붐빈다.
차들이 밀려서 주차장에서 엄청나게 떨어진 매표소까지 다들 걸어갔다.
빨간 선으로 표시한 곳이 등산경로.
매표소를 지나니 화려한 단풍들이 보이고 삼삼오오씩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보인다.
그리고 거대한 불상이 언제나 처럼 앉아 있다.
늘 심각하게 내 마음 속에 화두로 떠오르는 종교와 이승에의 번뇌를 생각할겨를도 없이 디카의 셔터를
누르고 서둘러 지나갔다.
우리 일행은 비룡폭포만 둘러보고 근처에서 단풍놀이를 한다하길래
난 앞에 간 산악회 선발대에 합류하려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화려한 색상으로 물들은 설악산이다. 막바지 단풍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가을의 설악산을 마음 속에
각인시켜 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윗쪽은 모두 단풍이 졌다고 하지만 아직 이곳은 그런대로 아름답기만 하다.
장사치들이 사람을 끄는 산장을 지나 한참을 가니 비선대가 있다.
비선대라하기엔 이미 수많은 인파와 설비로 인해 그 비밀스러움을 잃어 버린 지 오래.
그래도 사람들은 이곳 바위에서 단풍놀이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다리를 지나니 마등령 가는 곳과 희운각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 나온다.
작년 10월초,
15시간의 고된 산행을 했다. 공룡능선을 갔던 기억이 새롭기만 하였다.
이젠 무릎이 아파 한참 동안은 그리 긴 산행은 못할 것 같다.
비선대를 지나서 15분 정도 더 가니 앞서간 일행들이 점심을 먹으려고 계곡 에서 자릴 편다.
그곳에 합류.
식사를 했는데 차라리 그 시간을 아끼고 폭포까지 갔다 왔을걸 그랬나보다.
다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하산하려고 한다....
천불동 계곡으로 몇명이 더 가기로 했다.
여기서 멈추긴 너무 아까운 설악의 가을, 천불동 계곡을 보려고 뛰어가다시피 산을 올랐다.
역시 천불동 계곡은 가을을 보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젖어 있었다.
낙엽으로 뒤덮인 산길과 곱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가을 속에 서 있었다.
설악의 저물어 가는 가을을 잡으려고 조금더 올랐지만 시간이 촉박하기만 하다.
무전기에서는 그만 하고 빨리 내려오라는 독촉이 있어 귀면암 근처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양폭포까지.
희연각을 지나서 대청봉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을 돌리고 하산.
가는 설악의 가을을 디카에 담았다...
어찌 설악의 절경을 디카에 다 담을 수 있으련만 그래도 애절한 마음을 달래는 건 그것 밖에 없었다.
지인이 그랬다.
설악의 푸른 물에 비쳐지는 아름다운 절경에 죽어도 좋겠다고 느꼈다고....
그랬다. 설악의 가슴이 시리도록 파란 계곡의 물을 보노라면 저절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처절하게 아름다운 설악의 가을은 또 다시 이렇게 저물어 가나 보다.
가을은 왜 이리 안타까운 것일까...
쉬이 낙엽이 저버리고 황량해질 풍경때문일까.
아니면 저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욕망때문일까.
문득 외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같이 있으면 이 고운 가을을 같이 만끽할건데....
바쁜 시간을 쪼개어 뛰다시피하며 찍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사색할 겨를도 없이,
감상에 빠져 헤맬 여유도 없이 하산을 했다.
하산하는 길은 그렇게 바빴다.
3시경에 매표소에 도착하니 한참을 더 걸어가야한다고 한다.
매표소에서 C주차장까진 40여분도 더 걸렸다....ㅠㅠㅠ
가도 가도 끝없는 주차장때문에 발이 아프고...
나보다 더 늦게 오는 산우들이 있다. 모두 도착하니 안내자가
다음 목적지는 바다라고 한다.
회도 먹고 바닷가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회라도 먹으라고 한다.
도착한 곳이 대포항이다.
오랫만에 어수선한 어촌과 바닷가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고기잡이에서 돌아오는 배,그리고 배주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떼,
그런 풍경을 보면서 방파제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바닷 바람이 꽤 차다.
회를 먹는다고 다들 갔지만 그곳에 가면 술을 마셔야될 것 같기에 혼자서 시간을 보냈다.
물고기를 파는 가게 뒷쪽은 지저분하기 그지없다.
고기를 손질하고 그냥 바닷가로 쓰레기를 흘려보내지만 누구하나 제재하지 않는 환경불감증.
그 옆에서 태연하게 회와 술을 먹는 손님들.
결국 어민들이 바다를 오염되었다고, 고기가 그때문에 다 없어졌다고 한탄하지만 자업자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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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출발한 시간은 6시반. 그리고 기나긴 시간이 흘렀다.
밤 12시10분에 아차산역에 도착했다.
이미 전차는 끊어지고 .....
다들 성급히 밤거리 속으로 사라져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