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꼴불견.
항상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을 타면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큰 목소리로 휴대전화를 걸고 받는 이. 화장을 하고, 노골적인 애정 표현을 하는 젊은이들. 그 중에서도 가장 거슬리는 사람이 다리를 쫘악 벌리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다.
정말이지 옆 사람에게 다리를 딱 붙여서 앉아 있지만, 아주 가끔씩 참을 수 없어서 그만 한마디 하고 만다.
"좀 다리 좀 오므려 주시지요. "
그러면 반응이 가지가지.
아니꼽다는 듯이 째려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미안하다는 듯이 오므려 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기야 상식이 통하고 그 정도가 미안할 것 같으면 왜 다리를 한껏 벌리고 앉아 있을까.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이지만 아줌마 군단도 가랑이를 벌리는 이가 있다.
지하철 공사에서 그렇게 홍보를 하는데 왜 그리 가랑이를 벌리고 앉아 있을까.
어떤 때는 정말 신경이 쓰이지만 꾹 참고 있을 때도 있다. 인상 더러운 사람이 그러고 앉아 있으면 말한마디 했다가 봉변이라도 당할 것 같아 참고 만다.
그래도 나야 남자라서 그나마 괜찮은 편이지만 여성들 옆에 앉아서 가랑이 벌리고 허벅지를 밀착시키는 것은 파렴치한 사람이다.
한 업체에서 대학생에게 조사를 해 보았더니 남학생은 ‘딸깍녀(21.8%)’를 가장 꼴불견이라고 꼽은 반면, 여학생은 ‘쩍벌남(24.7%)’을 1위로 꼽고 있어 이성의 매너 없는 행동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쩍벌남’은 지하철 등에서 다리를 한껏 벌리고 앉아 주위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민망한 모습을 연출하는 남성을 말한다.
‘딸깍녀’는 하이힐이나 슬리퍼를 신고 지하철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요란스럽게 오르내리는 여성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옆나라 일본 이야길 또 해야겠다.
그 나라 사람들은 왜 그리도 조용하고 남을 배려할까 싶다. 내가 이십여 년 살아 봤지만 한국에서 늘 일어나는 지하철 꼴불견의 풍경은 거의 없었다.
동냥하는 이도, 잡상인도, 심지어는 휴대전화는 사용금지고, 매너가 더러운 이들도 별로 없다.
그런데 왜 한국은 이럴까.아직 국민들 수준이 낮아서 그럴까?
이런 상황에서 무슨 선진국이니, 동방 예의 지국이니, 한류 운운할 수 있을까 싶다.
그래도 위험하다고 하는 미국의 지하철보다는 백배 나은 것 같다.
아~~ 한국도 자랑할만한 게 있긴 있다.
그래도 노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려는 미덕이 아직은 살아있다.양보하기도 전에 화를 내고 당연한 듯이 자리 비키라며 화를 내는 무지막지한 어르신네들도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참을성이 많아야 하는가 보다. 지금도 지하철 곳곳에서 속 터지고 신경 거슬리지만 꾹 참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도 속으로는 외친다.
"제발 다리 좀 벌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