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암천 왕래산
언제 부터인가 내 마음 속에 흐르는 개울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그 냇가가 200 여 미터도 채 안되는 곳이었다니.
지금처럼 포장된 도로가 아니고 구불구불하고 중간에 작은 실개천이 흐르던 곳이었지.
뙤약볕에 냇가에 멱을 감으로 가던 그 모습이 기억난다.
뱀을 만나서 작은 소동이 일어 나고 개구리를 잡아 뒷다리를 구워 먹던 일도 생각이 난다.
여름이면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으면서 지내던 그 곳.
우린 그저 사여가 있는 곳이라 해서 사여냇가라고 불렀는데 행정구역 상으로는 적암천이라 불리우는 곳이었고
사여는 관기2구라는 것이었다.
어느새인가 인적이 뜸하더니 냇가엔 잡초만 무성해지고
갈대는 내 키를 넘는다.
내 아내가 큰 애를 출산하려고 나보다 먼저 독일에서 귀국하여 머물면서 이곳에서 빨래도 했다고 하던 곳이다.
벌써 이십년하고도 훨씬 더 세월이 흘렀다.
겨울이면 찬바람을 맞으면서 거닐던 곳엔 패랭이가 곱게 피어 있다..
고달픈 시절에 이 냇가를 거닐면서 쓰라린 마음과 외로움을 달래던 곳이다.
고교를 졸업하고 방황하던 시절에도 이곳을 거날었다.
청춘 시절의 가슴 아픈 기억을 이곳에 묻어 버리고 떠난 줄 알았는데
이렇듯 나이들어 찾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세월이 지나니 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다.
그저 황량하기만 했던 그 암울했던 시절의 모습보다는
정겹고 친근한 고향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무성한 잡초 속에서 아름다운 야생화도 보이고 달맞이 꽃도, 어여쁜 나비 모습도 보인다.
더운 날씨에 갈증을 풀어 주는 듯한 시원한 바람도 정겹기만 하다.
관기라는 동네.
어물쩡하게 현대식 건물이 몇 채 자리잡은 이곳이 나의 고향이다.
여느 동네처럼 젊은이들이 도회지로 다 빠져 나가고, 근처에 광산이 폐광이 되면서 상권이 죽어 버리더니
우회도로와 고속도로가 생겨 나면서 급격하게 허전한 동네가 되어 버렸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100대 명산에 속하는 구병산 자락이고 그 너머가 속리산이다.
첩첩산중에 넓은 들판으로 잡은 이곳이 충북 알프스에 속한다.
대양 울미산 450m
어릴 때 근처 장로교회에서 울미산으로 야유예배회에 따라 간 곳이 저 멀리 보이는 대양리의 큰 울미산인데
참 뱀이 많이 나왔다.
전도사란 분이 사탄이라면서 잡아 죽이던 모습이 생생하기만 하다.
저 대양리라는 곳은 산아래로 큰 하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동네라는데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이젠 산림이 울창해져서 더 이상 저 산에는 못올라가겠지.
늘 고향집 창문을 열면 들어오던 저 높은 산.
사여. 성미산 그뒤가 성터
고봉
옛날 천지 개벽당시 시루봉 상봉이 떠내려와 외롭게 정착되었다고 해서 고봉이라 불리는 산이다.
그 고봉아래 펼쳐진 고봉들에는 고봉정사가 있다.
1980년 1월 14일 충북지방기념물 제 51호로 지정.
조선 중기에 충암(沖庵) 김정(金淨)이 학문을 연마하면서 삼파연류봉(三派連溜峯)을 고봉(孤峯)이라 하고 올라가 완상(玩賞)하며
스스로 자신의 호(號)로 삼았던 곳에 원정(猿停) 최수성이 고봉정을 건립하고 음영 하였다.
정사 현판은 우암 송시열이 쓴 것이며 고봉사의 현판은 전 대통령 최규하의 휘호.
어머니께서 농사를 짓는 논에도 가을이 성큼 다가온 모양이다.
이젠 거의 남에게 농사를 위탁하고 약간의 논 농사를 취미삼아 하지만 그나마 힘에 부친다고 한다.
알이 통통하게 밴 이삭이 탐스럽기만 하다.
어릴 적 메뚜기를 잡으며 뛰어 놀던 그 시절,
정말이지 천진난만했던 즐거운 시절이었다.
약물과용으로 인해 한동안 사라졌던 메뚜기가 제철을 만난듯 튀어 다닌다.
택리지는 조선의 사대부(士大夫)가 살만 한 곳을 서술한 책이다.
이중환은 가장 살만 한 곳의 첫번째를 '반드시 산수가 좋은 곳'을 꼽았다.
그 다음은, 토지가 비옥한 곳 /물길이 있으면서 교역하기 좋은 곳 등의 순이었다.
이중환은 '살기 좋은 곳'을 4종류로 세분했다.
1, '영원히 살만 한 곳'이고, 2,'가장 살만 한 곳','진실로 살만 한 곳' '보통 살만 한 곳' 등의 순이다.
이중 이중환은 '영원히 살만한 곳'으로 공주목의 갑천들(甲川坪)을 꼽았다.
공주목 갑천들이 대체로 한밭 일대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음으로 '가장 살만한 곳'에는 보은 관기(혹은 館垈),
나머지 가장 살만한 곳은 전주 구만(九瀉, 완주군), 전남 구례(九禮), 충남 금산(錦山), 황해도 연안의 백천(百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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