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계
지리산 피아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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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피아골
2008년 10월 18일 토요일
코스 : 성삼재 ~ 노고단 ~ 돼지령 ~ 임걸령 ~ 피아골대피소~삼홍소 ~ 통일소 ~ 연곡사 ( 산행시간 : 5시간 )
반야봉
전남 구례에 위치한 지리산 피아골
지리산 피아골
2008년 10월 18일 토요일
성삼재 ~ 노고단 ~ 돼지령 ~ 임걸령 ~ 피아골대피소~삼홍소 ~ 통일소 ~ 연곡사( 산행시간 : 5시간 )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은 1,400m가 넘는 산만도 20 여개가 된다.
옛부터 백두, 금강, 묘향과 더불어 한국의 4대명산의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지리산의 산세는 수려하고 웅장하여 어머니의 품으로 많이 비유되는 곳이다.
지리산은 예전에는 방장산, 두류산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이 지리산의 동쪽으로는 주봉인 천왕봉을 비롯하여 중봉, 하봉, 써리봉, 제석봉, 연하봉, 삼신봉,
촛대봉, 연신봉,덕평봉등의 영봉이 우뚝 솟아 주릉을 이루고 있다. 이 주릉에서 사방으로 뻗어내린
남부능선과 써리봉능선 등 여러 지릉 사이로 대성골, 거림골, 장당골, 국골, 칠선계곡, 중산리계곡,
대원사계곡, 백무동계곡, 한신계곡 등 숱한 계곡이 있어 부채살을 펼쳐 놓은 것 처럼 보인다.
천왕봉(1,915m)을 주봉으로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이 대표적이며,
천왕봉에서 노고단을 잇는 100리 능선에는 1천 5백미터가 넘는 고봉이 무려 열개,
1천미터가 넘는 봉우리가 20여개나 있을 정도로 높고 크다.
전남 구례에 위치한 지리산 피아골
길이 약 20km.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의 중턱에서 시작된 일급 청정수가 임걸령 ·
불무장 등의 원시림 지대의 산삼과 약초를 적셔주고 피아골 삼거리 ·연곡사 등을 지나 섬진강으로 빠진다.
비경이라 할만큼 수려한 폭포 ·깊은 담소가 계속되는 곳이다.
피아골이란 이름은 옛날의 슬픈 역사 속에 이곳에서 죽은 이의 피가 골짜기를 붉게 물들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이곳 직전마을에서 오곡 중의 하나인 피를 많이 재배했기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피밭골(稷田)이 피아골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피아골은 세간에 잘 알려진 대로 이념의 대립이나 전쟁으로 인한 상흔이 깊게 서려 있는 아픔 그 자체이다
임진왜란 ·한말 격동기 ·한국 전쟁 등 참변이 벌어질 때마다
수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피를 흘리며 목숨을 잃었다. 아마 깊은 산 속이라 은둔하며 투쟁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나오는 이현상의 남부군 빨치산의 지리산 투쟁이 생각 나기도 하는 곳이다.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저항하다가 토벌군에 의해 사살된 이들의 붉은 피와 군인들의 피가 빨갛게 계곡을 흘러갔다는
슬픈 이야기가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다. 잘잘못을 떠나서 동족 상쟁의 쓰라린 비애가 있던 곳이다.
피아골단풍은 내장산단풍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고 붉다. 그래서 곧잘 핏빛 단풍이라고 한다.
해마다 10월 말에는 전국에서 모이는 등산객들이 피아골 단풍제를 지내는데,
이 산신제는 1977년부터의 연례행사이다.
조선시대의 유학자 조식이 '지리산이 붉게 불타니 산홍(山紅),
단풍이 비친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
사람도 붉게 물드니 인홍(人紅)'이라 노래한 삼홍(三紅)의 명승지로 유명하다.
이 피아골을 밟은 가을 날에는 현란한 색채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피아골의 가을 단풍.
그 화사한 단풍 속에서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고 왔다.
단풍으로도 유명한 피아골 산행을 표고 1080미터인 성삼재에서 시작했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서울 사당에서 7시에 출발해 복정역을 거쳐 다섯시간 반을 넘게 달려가 성삼재에 도착하니 오후 1시 10분 전.
성삼재 ~ 노고단 ~ 돼지령 ~ 임걸령 ~ 피아골대피소~삼홍소 ~ 통일소 ~ 직전마을에 이르는 코스로 잡았다.
성삼재에서 노고단대피소에 이르러서 가벼운 점심을 하고나서 포장길을 한참 올라
오른쪽 출입통제 안내판이 서있는 곳에서 능선과 합류하는데, 바로 성삼재-종석대를 이어 온 백두대간마루금이다.
성삼재에서 1시간이면 노고단대피소에 닿는다.
그 바로 15분여 거리에 노고단 정상이 자리하고 있다.
돌길을 올라 노고단 고개에 닿으면 전망이 트이며 저 멀리 천왕봉의 늠름한 모습이 보인다. 커다란 돌탑이 있고
왼쪽으로는 듬직하게 보이는 반야봉과 오른쪽에는 노고단의 모습도 보인다.
노고단에서 반야봉 쪽으로 정면으로 내려서며 본격적인 주능선 길로 접어드는데, 쉽고 평평한 길이다.
선두에 서서 빠른 보행으로 앞을 치고 나갔다.
아무래도 많은 산우들이 있다 보니 좀 빨리가야 내가 좋아하는 경치를 사진기 속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벌써 낙엽이 다 저버린 숲 길을 벗어나니 이내 돼지령에 닿는다.
여긴 비교적 편한 산길이다. 하지만 이곳 저곳에 곰을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써 있다.
깊고 깊은 지리산에서 산길을 벗어나 자칫 길이라도 해맬 경우에는 대단히 위험하다.
이곳 이정표에는 피아골 삼거리라고 쓰여져 있지만 임걸령 삼거리라고들 흔히 말한다.
이곳 삼거리에서 주능선 길을 가지말고 오른쪽 피아골대피소 방향으로 들어서야만 한다.
노고단에서는 1시간 30여분 정도가 걸린다. 여기서부터 직전마을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가뭄으로 인해 채 피기도 전에 말라버린 단풍나무들이 애처롭게 보이다. 고원의 작은 나무 숲을 들어서면
가파른 계단길이 나오고 한참을 내리 걷다보면 불로교가 나온다.
이곳 길은 힘들긴 하지만 햇빛에 반사되는 단풍과 노란 나뭇잎들이 들어서 있어서 피로를 잊게 해 주는 환상적인 길이다.
자칫 힘든 내리막길에 정신없이 걷다 보면 주변의 경치가 잘 안보인다.
여기서부턴 여유를 갖고 천천히 지리산의 풍광을 음미해 본다.
마치 환타지 세계 속에 들어 온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듯한 오색찬란한 곳이다.
임걸령에서 대피소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역시 세간의 명성대로 지리산의 단풍은 붉다.
이곳서부터 아름다운 지리산의 가을이 보인다. 천천히 사진을 찍으면서 지리산의 한층 무르익은 가을 경치를 만끽해 본다.
피아골 삼거리에서 1시간 30분 정도에 피아골 대피소에 도착했다.
피아골대피소에는 지리산 호랑이로 잘 알려진 함태식 선생이 계신다는데
매점앞에 앉아 있던 노인 한분이 그 분은 아니었을까.
이곳의 음용대에서 목을 축이고 손을 씻고, 앞을 바라다 보니 환상적인 단풍이 보인다.
등산객들이 소원을 빌며 쌓아둔 돌탑도 보인다.
돌 몇 개를 주워 가족들의 안위와 소망을 얹어 보았다.
이곳서부터 마치 피로 물들힌 듯한 빨간 단풍이 계곡에서 장관을 이룬다.
풍광이 수려한 이곳, 피아골 단풍은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곳이다.
기나긴 계곡을 따라 붉게 타오르는 단풍은 황홀경에 빠질만큼 절경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경치를 보니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대피소를 뒤로 하고 다리를 지나면, 계곡을 왼쪽에 두고 산비탈길과 계단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서 산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왼편 계곡의 화려함과 단풍의 유혹에 머뭇머뭇하다가 계곡으로 들어가 보았다.
등산로를 벗어나니 참으로 고요한 지리산의 계곡이 보인다.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기만한데도 피아골은 자신의 뽀얀 속살을 보이기가 수줍은가보다.
오염되지않은 고요한 계곡 속에서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다가 피아골의 모습을 디카에 담았
지리10경 중 하나로 꼽히는 직전단풍은 바로 이 피아골 대피소에서
직전 마을 일대의 단풍 절경을 말한다.
절경의 폭포, 소와 담의 연속해서 나타나는 피아골의 운치가 돋보인다.
피아골은 잠룡소, 삼홍소, 통일소, 연주담, 남매폭 등 자연미 뛰어난 소와 담, 폭포와
골이 이어져 여름 계곡 산행지로도 인기 높다고 한다.
도중에 산속에서 묵고 가려는 등산객들이 무거운 배낭을 지고 힘겹게 산을 오른다.
이들은 이곳서부터 우리가 온 반대 방향으로 오르막을 세시간을 계속하여 오른다면 힘이 들게다.
그래도 이 아름다운 계곡 속에서 하룻밤을 야영하는 그 기분이야말로 최고일 것이다.
비록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 추울지라도 낙엽이 떨어지는 소릴 듣고 환상처럼 자신들도 단풍에 물들어가는 기분일 것이다.
짐승들의 울음 소리도 들어가면서 자연의 한 부분으로 동화되어 버림을 느낄 것이다.
대피소에서 1시간 정도 더 내려가면 삼홍소에 이르고 이내 표고막터다.
표고막터교의 철렁이는 다리도 운치가 있지만 양옆에는 예쁜 단풍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오랜 가을 가뭄에 물이 그리 많지 않아서 여름 정도의 장관을 보진 못했지만 대신 오색찬란한 지리산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길이다.
여길 지나 짙은 숲 사이의 넓고 호젓한 길을 40여분 걸으니 직전마을이 보인다.
피로한 몸을 쉬고 있노라니 뒤이어 산우들이 도착한다.우리 선두와 후미와는 사,오십여분 차이가 난다.
저녁식사를 하고 7시에 서울로 출발, 사당에 도착하니 자정, 밤 12시 정각이다.
기나긴 여정을 하루동안에 마무리하고 온 서울의 밤은 여전히 찬란하기만하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 거든
불일 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 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 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 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