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빈부격차

世輝 2006. 7. 9. 11:08

오늘은 겨울바람이 매섭다.
추운 겨울은 없는 사람이 더 힘든 계절이다.

함박눈이 내려 제 아무리 설경을 뽐낸다 할지라도 가진 게 없는 서민들은
연료비걱정과 일거리 걱정이 태산 같다.

구로구  가리봉오거리에 가면 중국인들과 조선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네들만이 찾는  중국식 식당들이 많아서 중국인들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한 번도 외국인 노동자들과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네들도 겨울이
되면 일거리가 끊어진다는 것이다.

그 가리봉오거리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유명한 남부인력시장이 있다.
아침 4시나 5시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인력시장인데 겨울철에는
일거리가 뜸해지기 때문에 막노동자나 숙련노동자나 다 같이 힘들다는 것이다.

미장공
목수
데모도라 불리는 막노동자
타일공
철근공 등등...

눈이나 비가 오면 아예 일거리가 끊기니 더욱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이 비집고 들어오니 인건비도 떨어지고...

인력 시장 옆에는 매스컴에 자주 보도되는 쪽방이
아직도 건재하는데 어떤 기회가 있어 잠시 보았더니
그야말로 한 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공간이었다.

낡은 텔레비전과 냄비하나 그리고 여행용 가방을 놓으면 그만인
그곳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소주병과 라면봉지가 나뒹구는 그곳은 지금이 2003년이라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사연이 오죽 많은 사람들일까.
모자를 머리에 푹 눌러쓰고, 허름한 옷차림에 연장도구를 둘러멘
노동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그 옆에 수십 층씩 올라가는 화려한 벤처빌딩과 아파트 숲 속을 헤집고
걸어가는 허름한 노동자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빈부의 격차는 이런 것일까.
과연 내가 생각하는 대로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저 노동자들은 가난하게 사는 걸까.

정말로 우리 사회는 열심히만 살면 그 대가를 얻을 수 있는 걸까.

한편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청년 실업자는 거리에 넘쳐나서 환경미화원이라 불리는
청소부까지 대졸자들이 진출하는 고학력 시대이다.

우리네 선조들이 그토록 보내고 싶어 하던 대학을 졸업해도
괜찮은 직장에 취직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영세기업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그래서 불법노동자들을 모두 돌려보내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아우성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들을 보면 화려하다.
그림처럼 예쁘고 넓은 집과 화려한 의상,
그리고  거대한 빌딩 속에서 폼나게 살아가며
용평리조트 같은 곳에서 여유를 만끽하며 사는 모습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재벌 2세가 항상 등장하여 삼각관계가 이루어져야 시청률이 높아지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천국이 이루어져도 고통과 빈부의 격차는 존재하려는가.
만약 존재한다면 그게 진정 우리가 원하던 천국일까.

아직도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고 있다.
잔뜩 움츠려진 마음과 몸에 겨울의 냉기가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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