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속리산

世輝 2006. 12. 25. 12:49

 

 
 

 

 

 

俗世와 떨어진 은둔의 山.


俗離山.

 

 

속리산은 두말할 것 없이 한국의  名山입니다.
산을  좋아하는 등산애호가인 내가 고향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는 이유도
국립공원인 속리산과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하는 구병산이 고향에 있다는 것이지요

속리산에는 국보가 가장 많은 법주사와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문장대도 있지요.

 

내가 속리산에 처음 간 것은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였습니다.


그전에 어렸을 때 불교도인 모친을 따라 간 적은

있다고 하지만 기억조차 못하겠네요.


그 당시로서는 험하디 험한 말티재를 올라가느라고 전세버스를

뒤에서 밀면서 올라갔으니 지금 아이들이 들으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들리겠지요.

 

 

 

집에서 엎드리면 코닿을 것 같이 가까운 속리산이었지만 수학여행이랍시고 가서는
일박을 하고 왔고, 그 다음날에는  서울도 갔다왔지요.

  

 

교통이 편리해지고 나서는 지겹도록 가 본 것이 속리산이어서
새삼스럽게 감흥이 난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좋은 세상 구경을 하도 많이 하고 나서 그런지,아니면 정서가 메말라서 그런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리 좋은 곳을 가도 그저 시큰둥하게만 느껴지는 것은왜 그럴까요?

 

 

먼 옛날,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들렸던 제주도는 천국 속의 한 장면처럼내내 나를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 있을 때, 민단 간부 연수회에 참석하여 며칠동안 
최고급호텔에서 지내며 제주도 관광을 했지만 예전 학창 시절의 때의 신선한 감흥은 전혀 없었습니다.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서 그런지 세월이 가면 취향과 정서가 자꾸만 변하는가 봅니다.


어렸을 때 좋아하던 순대도, 짜장면도, 부대찌개도 맛이 없어지는걸

보면 배가 불러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 사물을  대한 그 시절의 감격과 환희는 잊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마치 첫사랑처럼 말입니다.
첫사랑은 풋사과처럼 덜 익었지만 달콤하다고들 합니다.

 

 

 

요즘엔 청원~상주간 고속도로가 개통이 되어서 속리산 가는 길이 아주  편해졌지요.
 서울에서 속리산 IC까지는 두어시간이면 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예전에 속리산에 가려면 고속도로를 타고 청주까지 가야 했지요.
청주IC를 나오면 펼쳐지는  청주 진입로에는그 유명한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환상적입니다.


 가을에는 정말 대단합니다.

 

 

청춘 남녀가 아니더라도 그 환상의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노라면
낭만이 되살아나고 사랑이 느껴지는 그런 낙엽길이지요.

 

 

바람이 스쳐 갈 때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산책하는 것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이지요.

 

 

그 플라타너스로 된 가로수 길을 따라가면 청주 시내가 나타나지요.


시내를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는 無心川과 牛岩山을 따라

상당산성 쪽으로 드라이브를 해보면

청주의 새로운 맛을 느껴 볼 수도 있지요.

 

 

 

청주를 벗어나서 보은쪽으로 가다보면 대청댐으로 빠지는 길이있습니다.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도 있는 곳이지만 이곳의 드라이브 코스는 정말 끝내주는 경치라서 한 번 가보길 권해 보고 싶네요.

 

 

 

그 곳 호수 옆의 조용하고 아늑한 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면 더욱 운치를 느낄 수 있지요.  

 

2003년, 봄인가... 아내와 둘이서 호수를  옆에 끼고 드라이브하면서  다녀왔는데  정말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청주에서 속리산이 있는 보은으로 가는 길은 두 곳이 있습니다.


하나는 종래의 국도이고 한 곳은 산길인데,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쳐들어 올 때나 동학군들이 한양으로 진격할 때 이용했던 아주

옛길입니다.


이곳의 경치가 참 좋습니다.
강원도 대관령길 못지않은 경치랍니다.

구불구불한 고개를 올라가면 피반령이라는 험한 고개가 나오는데

이 산속 깊은 곳에 새로이 도로가 확장 포장된 지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요.

 

옛날에는 버스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낭떠러지 산길이라서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곳이지요.

 

비 개인 날, 피반령에 서서 하얀 운무가 산허리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지요. 

정말이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한 폭의 산수화 같습니다.   

 

 

젊었을 때는 좋은 줄 몰랐던 고향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좋아지는 걸 보니 나도 이제 한물간 것 같습니다.

 

 

개구쟁이 시절의 친구도, 학창시절의 친구도 정겹게 느껴지니말입니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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