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삼악산(三岳山·654m,)
토요일 아침. 따뜻한 안방의 온기가 미련에 남지만 일어나야 했다. 오늘은 삼악산을 가는 날, 아직도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아들을 깨우고 산행채비를 시작했다. 아들은 나를 따라 한국으로 온 지 6년이 되어 이제 중학교를 졸업하고 동경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러 28일이면 떠난다. 아마도 당분간은 한국의 겨울산행을 맛보질 못할 그 애를 데리고 조금 일찍 약속장소인 강변역으로 행하였다.
승합차 두 대에 나누어 실고 우린 삼악산으로 향했다. 환한 햇살이 비추고 있는 경춘가도의 모습은 정겨운 우리네 겨울정경이다.
나뭇잎이 다 벗겨져 황량해 보이기까지 하는 산과 강. 강을 끼고 청평을 지나니 상춘휴게소가 나온다. 그렇지만 에덴이라고 더 알려진 그곳에서 송파팀. 그리고 양선생님 일행과 합류를 했다.
승합차 석대를 몰고 우린 아름다운 강변도로를 드라이브하며 마지막 겨울산행에 대한 기대에 들떠 있었다. 강 건너편에 강촌역이 보인다. 많은 서울의 젊은이들의 꿈과 낭만이 어려 있는 강촌역과 의암댐. 참으로 아름다운 전원풍경이 의암댐을 끼고 펼쳐진다. . . .
우린 폭포쪽을 지나 상원사쪽으로 등반을 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호젓한 산길이지만 처음부터 만만치가 않다. 의암호매표소에서 삼악산장과 상원사를 거쳐 정상인 용화봉까지 오르는 길은 약 2킬로미터. 처음부터 가파르다 못해 숨이 깔딱거릴 정도로 힘에 부친다. 거의 수직에 가깝게 오르는 이 길.
매표소에서 약 200미터쯤 오르니 삼악산장이 있는데 우린 펼쳐지는 의암호의 장관에 눈이 휘둥그래져 있는데 경사길이 계속되는 곳을 오르자니 땀이 흐른다. 군데군데 남아있는 눈과 빙판을 피해 오르려니 만만치가 않아서 다들 조심조심 오르고 있다. 하지만 햇살은 따사로워서 산행하기는 최고의 날씨여서 다들 무리없이 오르고 있다.
한 600미터 쯤 올랐을까....상원사가 보인다. 그리 크지 않은 대웅전의 깨끗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용한 산사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 그리고 바람소리,,,
해탈의 경지에 이르고자 온갖 번뇌를 잊으려고 하는 구도자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잠시 숨을 돌리며 바라보는 의암호의 웅장함에 탄성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직도 깔딱고개는 1킬로 정도 남아있다고 한다. 험한 바위길을 오르며 군데군데 있는 얼음에 미끄러지기도 하며 오른다. 날카로운 바위능선을 따라서 계속 오르다 보니 다 비틀어진 고목이 눈에 띈다. 그 고목 사이로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보니 까마득하기만 하다.
배가 부르니 오르기가 더 힘들지만 그래도 정상에는 올라야 하는 것.
바위로 된 길을 따라 삼악산 정상인 용화봉에 도착했다. 삼악산은 용화봉(654m), 청운봉(546m), 등선봉(632m)의 세 봉우리가 이어진 산이라 한다. 저 멀리 의암호와 춘천의 모습이 한 눈에 펼쳐진다.
정상표지를 둘러싸고 기념사진을 찍고 삼삼오오 사진을 박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와싱턴의 박는 개를 생각하다 보니 점심 식사 때부터 우리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하얀 복술개 한마리가 정상에서부터 우릴 따른다. 올해는 개띠해.
그 개를 선두로 해서 우린 초원, 흥국사를 거쳐 등선폭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333돌계단이라 명한 그곳을 정말 333계단인가?
하산하다 보니 작은 초원엔 산성의 흩어진 돌들이 보였다. 이 곳 삼악산엔 부족국가였던 맥국이 궁궐을 옮겨 산성을 쌓고 적과 싸웠다는 전설과 후삼국의 궁예가 이곳에서 왕건을 맞아 싸웠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궁지에 몰린 궁예가 나라의 재건을 염원했다는 전성이 전해지고 있는 흥국사도 그리 크지 않은 절이었다. 계곡에 있는 얼음길로 가다보니 좁다란 계곡이 나타난다. 상보 어른이 동심으로 돌아가 미끄럼질을 하며 재미있게 미끄러진다. 그 협곡의 계단을 지나니 선녀탕이 보인다. 아! 이 선경(仙境)!!!! 그야말로 신선이 사는 것 같은 절경 앞에서 모두들 사진기의 셧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이래서 삼악산은 설악산의 절경과 오대산의 웅장함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은 산이라 했던가.. 깊게 패인 협곡 사이로 게단을 조성해 놓은 이곳에는 제1폭포에서 3폭포에 이르는 등선폭포를 비롯하여 비선 폭포,승학폭포,백련폭포,비룡폭포,가폭포등의 여섯 폭포가 있다.
그 여섯 폭포에 이르기까지의 몇십미터가 되는 협곡이 너무도 장관이었다. 나무로 만든 계단이 없었더라면 아예 오르지도 못할 이 곳에 나뭇꾼이 신선놀음에 도끼자락 썩는 줄 모르겠다는 표현이 딱이나 어울릴 것 같은 기암절경. 아마도 윌가 간 상행 중에서 간 중에 최고의 절경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아 소근댄다.
그 폭포에서, 환상적인 그 나뭇계단에서 선녀가 금방이라도 하강할 것만 같은 그 착각 속에서 우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춘천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삼악산을 뒤로 하니 아쉬움에 그리움인지 미련에 자꾸만 뒤를 바라보는 우리네 모습이
이 산행도 이젠 추억 속으로 사라질것.
우리가 잠시 함께 한 이 추억도 영원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파묻히고 다시금 적막 속으로 가버릴 것을....
|
철계단에서 |
'Story&Photo of KOREA > 지방원정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악산 1월 31일 (0) | 2007.01.31 |
---|---|
순백의 불곡산 (0) | 2006.12.18 |
두번째 간 삼악산06.10.8 (0) | 2006.10.08 |
설악의 공룡능선에 오르고 나서 (0) | 2006.10.02 |
구병산 (0) | 2006.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