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독일 생활의 회상

世輝 2005. 6. 27. 18:11
   


세월 속에 모든 게 잊혀져 가고 흔적들도 엷어져 간다.
아무리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발버둥을 쳐도 세월은 아무런 소리 없이 흘러만 가고
그 속에 모든 것을 흡수해 버린다.
.
이미 지나 버린 옛 이야기.
비가 오니 다시 생각이 난다.

.........

서울에서 1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비행기 표 한장만 달랑 들고 날아간 독일.
그곳에서의 생활은 외로웠다.

어딜 봐도 마음을 위로해 줄만한 게 없었다.

학교에서 만나는 한국 유학생들은 모두 자기 생활에 바빠서
서로 웃고 떠들며 소일할 만한 그런 맘 편한 입장들이 아니었다.
.
시골 집에 기대면 좀 더 편한 유학생활을 했겠지만
그건 내 자신이 용납하지 못했다.
다 큰 자식이 더 이상 부모님에게 부담을 드리고 싶진 않아서였다.

내 자신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모든 걸 이루고 싶었다.
지금껏 대학 이후에 난 부모의 재산을 건드려 본 적도 없고
도움을 받아 본 적이 없이 홀로 내 기반을 이룩해 왔다.

힘든 알바를 마치고 어스름이 깔린 밤거리로 나서면 거리의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한다. 너무 외로웠던 내 가슴을 적셔 주던 음악들.

Elcondopasa....
yesterday....

싸늘했던 그 밤공기 만큼이나 내 외로운 마음을 적셔줬다.

독일의 거리는 삭막하기만 했지.
고독한 가운데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늘 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초조해 지기만 했다.  

이십이년이 지난 지금도 몇년간 내 청춘을 보냈던 Frankfurt의
거 리들을 눈 감고도그려 낼 수 있다.
벌써 까마득하게 지난 오랜 일들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마음 한 켠에 살아 숨쉬는 듯하다.


궁색했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신혼살림을 차려 살았다.
항상 쪼들리는 생활 속에서 살다보니 말이 신혼이지 초라한 살림을 했다.

그 생활을 8 개월  정도 했나?
그래도 아내와 같이 있으니 외로움은 해소되었다.
그런 가운데 아내와 같이 했던 유럽여행은 즐거운 추억거리로 남아 있다.

그림같은 Austria의 Tirol지방.
눈 덮힌 Swiss의 마을.
아주 작은 나라 리히텐스타인왕국.

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그 추억을 더듬어서 아내와 같이 여유롭게,
풍요롭게 그곳을 다시 가고 싶다는 염원은 그래서이다.

.........

궁색한 생활에도 불평 한마디 안하다가
한국에 돌아가자는 그녀의 재촉에  접고 모든걸 접고 귀국을 했다.
3년 동안의 가난했던 유학생활이었지만 떠나 올 땐
미련이 내 마음을 쓸고 지나갔지만....

....................

아!!
비가 오니 후덥지근하다.
옛생각이 나는 건 비가 오기 때문일까.

차가운 아이스커피라도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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