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아니더라도 가끔씩 고향에 들리기 때문일까.
비가 오는 날. 그것도 야간 운전은 피곤하고 사고의 위험성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청주를 지나 미원을 지나고 이원이라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인적이 드물고 모두가 잠이 든 고요한 시골동네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잠시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안개가 자욱이 깔린 산골동네에서 딸이 만든 샌드위치를 모두가 맛있게 먹었다.
요즘 들어 대학에 입학하려고 한국에 와 있는 고3 딸이 요리를 자주 하곤 한다. 입맛이 까다로운 장남도 맛있게 먹곤 하는 걸 보니 시집가서 소박맞고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다시 출발하려고 시동을 거니 웬걸,,,,,안 걸린다. 안 걸려..
이게... 미쳤나. 이럴 때 써먹으려고 긴급출동 서비스보험에 가입했겠다. 시간은 밤 11시 30분 한적한 시골길..
보험사의 티브이광고에 나오는 그런 광경이라서 전화를 했다. 진짜로, 광고대로 일이십 분 만에 오는지 두고 보자.".... 네. 교보자동차보험입니다. 긴급출동을 원하시면 2번을 눌러주세요. 2번을 눌렀다.
귀하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하니 동의하시면 아무 보턴이나 눌러 주세요.
아무거나 눌렀다. 상담원이 나왔다." 친절히 모시겠습니다..."
나왈, 여보쇼. 시동이 안 걸려서 미치겠다. 우짜겠노. 빨리 와 주라고... 하면서 다시 시동을 걸어 보니 "부르릉~~~"
에이... 여보쇼.
상담원왈"아 그러신가요. 다행이시네요.
좋은 하루 되시고 행복한 귀성되세요"되세요"되세용"
그런데 올해도 긴급출동 서비스를 한 번도 못 받으면 억울해서 어이하나
작년에도 한 번도 못 받았는데....
고향에 도착하니 자정이 가깝다. 하늘이 개인다.
내가 하면 항상 이 모양이다.
추석날.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중부지방인 충청도만 내린다고 한다.
얄밉게 차례만 지내고 지 장모댁으로 떠난 둘째 동생넘.
성묘는 우리만 해야 하는가 보다.
성묘만 하는 게 아니고 지난 여름에 깎은 풀이 또 자랐으니 그것도 깎아야 하는데....
추석날은 배가 터지게 송편을 먹고 다음날. 산소를 가서 아이들과 함께 낫을 들고 작업.
산소 뒤편의 무성한 잡초들이 또 자라 있다.
예초기는 지난 여름에 내가 고장을 내놨으니 낫으로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지.
증조부님 묘부터 깎기 시작했는데
에구, 제나 끝이 날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내 재촉에 아이들은 꾀도 못 부리고 열심히 한다.
막내는 몇 번 풀 뽑기를 하더니 드러누워 자버린다.
다 끝나고 나니 어머님은 호두나무를 털어 호두를 따라고 한다.
에고 힘들어 못하겠소... 그러자 대추라도 따라고 하신다.
대추는 정력에 좋은 거.
오메, 따면서 입에 집어넣었더니 달콤한 그 맛.
농약도 안 하고 자연 그대로 커온 대추.
충청도 보은 하면 대추로 유명!
그런데 이곳은 냇가 하나 사이에 두고 보은과 경상도 상주시로 나뉜 접경지역. 그래서 상주 곶감으로도 유명하다.
탐스런 밤송이를 바라보고서도 몸이 피곤하니 만사가 귀찮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고향집으로 오니 비가 내린다. 티브이를 보니 귀경길 고속도로소통이 원활한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야간 운전으로 귀경.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 자정이렸다. 녹초가 된 몸은 이미 꿈속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