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인류가 목축과 농경을 영위하기 이전인 시대에는 과실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노아 방주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하느님이 노아에게 포도의 재배방법과 포도주의 제조방법을 전수했다고 한다.
문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마한(馬韓) 시대부터 한 해의 풍성한 수확과 복을 기원하며
곡주를 빚어서 조상께 바치고 음주가무를 즐겼다고 한다.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외국에서 돌아와서 놀란 것은 사람들의 가치관의 변화였다. 텔레비전 속에서 거침없이 쏟아내는 여성흡연자와 여성음주자의 모습을 보고 놀랐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한국에 있었던 십수 년 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여성들이 대중음식점에서 공공연하게 음주를 하고 때론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남 모르는 장소에서 마시고,숨어서 담배를 피워대는 게 고작이었던 예전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였다.
사실 여성이라고 해서 술과 흡연을 하지 말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여성들의 사회적인 지위가 올라가서 남녀평등이구현되었지만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되었던 못된 습관을 따라 한다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더구나 여성들은 흡연과 음주로 인해 남성들보다 더 큰 피해를 볼수 있는 것은 신체적인 차이도 있지만 소중한 새생명을 위한 배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그것뿐이 아니라 남녀간의 성 개방풍조도 엄청난 것이어서 남녀 간의 무분별한 관계는 여느 나라 못지않은 정도가 되어 버렸다. 우리가 예전에 일본은 성이 문란한 국가라고 매도했지만 내가 보는 관점에서 요즘의 한국은 일본이나 별다른 게 없는 것 같다.
인천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작은 공원의 구석진 곳에서 학생들 몇 명이 막걸리를 갖다 놓고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중에 치마를 입은 예쁘장한 한 여학생은 벌써 만취상태였고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 적당히 마시라고 내가 한마디 하자, 그 애들은 같이 한 잔 하라고까지 농을 건네는 것이었다.
나와 같이 있던 분이 호통을 치는 바람에 그 애들이 도망을 갔지만 참으로 씁쓸한 광경이었다.
TV에 나온 [청소년의 음주] 라는 심층보도에서, 어떤 집의 어머니들은 아들 학교 친구들이 집에 오면 안주까지 하여 술상을 봐준다는 것이다. 어차피 집에서 안해 주면 밖에 나가서 술을 마실 것이고 그러다 보면 실수도 하니까 차라리 집에서 마시라는 것이다.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는 청소년의 술 중독은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내가 술을 별로 안하는 것은 술에 대해 별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막내동생이 술을 너무나 좋아해서 문제가 많았던 것이다.
조용한 성품이었던 아버님이 약주를 드시고 취하면 잔소리를 하고 실수를 하는 게 너무 싫었다.
부모님이나 형제들의 적당한 음주야 내가 뭐라 관여하지 않지만 도를 지나친 습관이 되어 버리니 문제인 것이다. 농사를 짓던 부모님의 과도한 음주때문에 늘 신경이 곤두서있던 나에 비해서 막내는 한술 더 떠서 권하는 입장이었으니 어이가 없었다.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증으로 쓰러지신 아버님이 즐겨하시는 것은 술과 담배였다. 건강을 위해서 끊으라고 말씀드려도 막무가내이셨다. 짠 음식, 과로, 흡연, 술은 고혈압환자에게는 독약이나 마찬가지인데 아무리 만류해도 듣지 않으시더니 결국은 중풍으로 쓰러져 고생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나는 금주론자도 아닐뿐더러 지금도 연회자리에 가면 한 두잔 정도야 마셔주며 분위기를 살려주는 정도인데, 절제를 하는 것은 순전히 건강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나 역시 대학시절에 술을 좋아하기도 한 경험이 있다.
한잔의 술은 좋다고들 한다. 그러나 두 잔을 넘는 술은 건강에 위협을 주고 있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일본에 있을 때 요 메이슈(養命酒)라는 유명한 한방술을 약국에서 사가지고, 뚜껑크기의 아주 작은 잔으로 이삼일에 한번, 한잔씩 음용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효과를 느껴보진 못했다.
밤거리에 나가보면 술 마시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거나 싸우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내가 살던 일본에서는 술주정을 하며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일,이차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막차까지 가서 퍼질 때까지 마시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빨리 취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고 한다.
전에 인기가 대단했던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검사들과 폭탄주를 마셨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런게 가십거리도 아닌 기사거리가 되는 이 나라의 언론이 한심스럽기만 하다.
술에 대한 폐해는 모두가 다 알고 있다. 만취하면 정신이 몽롱해져서 급기야는 유흥업소 여성들과 관계를 맺기도 하고 길에 쓰러져 생명을 잃기도 한다.
술로 인한 건강상의 손해, 가정의 파괴, 금전적인 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거기에다가 음주운전에 걸려 면허라도 취소된다거나 사고를 일으키면 그야말로 막대한 손실이 생기는 것 아닌가.
술을 마심으로 인해 이득을 얻는 것보다는 손실 쪽이 훨씬 더 많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에 대해 오죽 고초를 겪고 말썽이 일어났으면 금주법을 만들기까지 했겠는가.
또한 절대 군주들이 주색을 너무 밝혀 나라를 망치게 한 예는 너무나도 많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피치 못해 마셔야 될 술이라면 적당히 조절하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하루빨리 적당한 음주문화가 정착되어 이 나라가 밝아지고 술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창 자랄 시기인 미성년자이었을 때는 부모의 충고와 지도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자기 관리는 자기가 해야 되는 것이다. 성인이 되었는데 부모가 일일이 참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싶다.
술이나 담배가 건강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멀리했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이들 때문에 더더욱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느낀다.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좋지 않은 습관을 따라 하지나 않을까 두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