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경어

世輝 2006. 7. 9. 10:58

우리 집 아이들이 나와  한국어로  대화를  할 때  존칭어를 사용한다.  

아주 당연한 듯한 이 존대법은 서양에서는  통하질  않는다.  

중국에도 경어가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진짜인지 확인해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선 유교적  영향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인지  아직도 경로사상이  건재하고  있다.  

간혹 연로하신 부모를  버리는 패륜아들이 있다고 보도가 되곤 하지만

그래도 노인들을 모시고 한 집에서 사는 가정들이 꽤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사라져 가는 미풍양속이지만 그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노인들을 먼저

 발견하고는 자리를 양보해주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

우리 세대가 되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노후자금을 마련하여  편안한 삶을 보내다가 움직일 수 없으면  

유로 양로원에 남은 재산 집어넣어 그곳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자식들 귀찮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자식에게 의존하여 자식들 사업자금 대주어  평생모은 알토란  같은 재산을
날려버리고 비참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자식이  무엇인가?

"사실 애물단지다,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  

전생의 원수사이였다," 라고 하는  비관적일 때도 있는 게 사실이다.  

태어나 부모에게 재롱을 떨며 희망을 안겨주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모에게 반항도 하고 속을 썩이기도 한다.

부모마음은 자신이 자식을 낳아 길러봐야 안다고들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이 귀엽기는 매양 한가지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식 사랑은 특별하다.

고단한 직장생활과 사교육비때문에 휘청거리는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철부지들은
경제위기가 닥쳐도, 불황이 닥쳐  실업자가 넘쳐나도 씀씀이가 헤프기만 하다.

그래도 자신들은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만은  성공시키고 싶은 욕심에

어머니들은  야간  대리운전과 파출부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부모에게 있어 자랑거리고, 열심히 일하는 원동력이고 희망이다.
부쩍 커가는 자식 모습에 힘을 얻고 행복감에 젖는다.

그러한 자식이 부모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이 있다.


내 자식들이 일본어로 이야기할 때는 존댓말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아이 때의 일이야 귀엽게 봐주지만  청소년기가 되어도 변하질 않는다.

 

몇 번 지적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본적인 습관이다.  

큰아이의 대답인즉,  존댓말을 안 쓰는 게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아주 특별한 학교 외에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는다.

집에서도 아주 귀족 같은 집안이 아니면 부모에게 반말을 한다.

이러한 것에 대해 일본에서는 아주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려서 그 누구도 반말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는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부모와 교사의 권위가 실추되어서 아이들의 예절교육은  대체로 엉망이다.

인사를 잘하고  직장에서 예의 바른 것처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집안에  들어오면 부모를 무시하기 일쑤인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바깥에서 안 새는 바가지가 집에서는 샌다"라고 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오늘날 가정파탄이 일어나는 일본사회.
일본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상냥하다. 절대 매를 들지 않는다.

아무리 화가 나고 말썽을 부려도 절대  매를 들지 않는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고 얼굴이다. 부모를 공경하는 일은 말에서부터 시작한다.
부모에게, 교사에게 반말을 한다는 자체가 예절교육이 잘못된 것이다.

너무 상냥하게 대하다 보니 아이들을 적절하게 지도를 못할 때가 많다.  

엄하게 할 때는 엄하게 꾸짖어 사람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다. 그게 교육인 것이다.
오늘날 일본의 부모들은 이러한 교육을 전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 한국어머니들의 파워는 대단한 것이다.

오늘날 파행적인 모습으로 변해버린  일본의 교육과  퇴폐적인 사회현상을 보면서
암담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청소년들  선호하는 일본만화를 비롯한

대중문화가 그 애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이 일본만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의 좋지 못한 문화를 답습한다는 것이다.
" 일본의  인성교육의 미래는 없다"라고 단언하고 싶다.  2006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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