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대학생인 큰아이가 한국체육대학에서 열리는 복싱시합에 참가한다고
고된 체중감량을 하더니 어제 시합에 다녀왔다.
자기 체급에서는 우승할 수 있다고 장담을 하며 다녀왔다.
아이들 성장기에 스포츠를 계속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나
복싱의 경우 체중감량과 많은 운동량 때문에 음식의 섭취를 제한받기도 한다.
한참 성장기에 있는 아이인데, 지금은 근육질의 마른 몸매를
광신하는 시대이다 보니 아이들이 다이어트하려고 여간 신경 쓰는 게 아니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에는 어디 감히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있었나.
조금 더 영양분 있는 것을 먹고 싶어 안달하던 시대였지 않았는가.
사장은 으례 배가 나오고 아이는 포동포동하게 살찐 우량아를 선호하던 옛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계란이 비싸고 귀한 시대여서 아주 가끔씩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닭고기 또한 귀한 음식이었다.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 상에 올린다는 이야기는 당시로서는 귀한 대접이었다.
지금도 풀어서 키우는 시골닭과 유정란은 비싼 축에 속하지만 형광등을 24시간 켜 놓고
잠을 안재우며 키우는 양계사업이 대단위로 되면서부터 닭고기는 싼값으로 식탁으로 올려지고 있다.
생활에 여유가 있어지면서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탈이 나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주위에 널려 있는 게 치킨 집이고 고달픈 직장인들은 퇴직을 생각하면서
" 치킨 집이라도 해서 먹고살아야겠어"라고 한마디를 내뱉곤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치킨집 덕분에 다른 나라처럼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는 게 [캔터키 프라이드 ] 치킨집이다.
캔터키 프라이드 치킨은 맛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보다 더 맛있는 치킨이 많이 있다.
거기에다가 호프집에는 치맥, [치킨+맥주]라는 메뉴를 개발하여서 캔터키 프라이드가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렇든 온 국민이 좋아하는 이 나라에 엄청난 양계농이 있고 관련사업이 많은 게 닭고기이다.
이름도 생소한 조류독감이 매스컴의 사회면을 장식하더니 지금은 너나할 것 없이 닭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다른 먹거리도 많은데 구태여 위험하다고 하는 닭고기를 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타격을 받아 빈사 상태에 있는게 양계농과 치킨집들이다.
특히나 직장을 그만두고 마지막 남은 전재산을 쏟아부어서 시작한 전직샐러리맨들의 고충은 눈물겹다.
흔히들 사업에는 운이 따른다고 하는데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럴 때 돼지고기와 수산물 관련산업에 뛰어든 사람들은 때 아닌 호황에 횡재를 했다고들 한다.
그래서 양계협회인가 뭔가 하는 단체에서 급기야 닭고기 먹고 조류독감에 걸리면 20억 보상을 한다고 발표를 했다.
그래서 로또는 사 본 적이 없는 내가 20억 횡재를 위해 이 한 몸 희생할 각오로 나섰다.
글쎄, 조류독감에 걸리면 20억을 보상받아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확률이 더 많을게 아닌가.
어차피 많이 먹고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으면 불어난 몸이야
죽을힘을 다해 빼 면 될 것이고 안 빠지면 그냥 살면 되는 거고....
그래서 닭고기를 매일 먹기로 작정을 하고 사러 가니 웬걸, 한 마리 값으로 두 마리를 주는 출혈판매를 하는 게 아닌가.
이틀째 계속 먹어도 아직은 조류독감 증세가 안 나온다.
작은 아이도 20 억을 위해 함께 동참하기로 했다.
아! 조류독감이여~~~~!
내게 오라!
죽게 하지만 말고 그냥 독감 걸려 고생하다가 나을 정도로만.... ^^
2004년 2.14에 쓴 글